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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승세도약의 조건은 청렴

중앙신문 기자
[중앙신문 사설] 코로나 속 독감 유행 조짐 심상찮다. (CG=중앙신문)
[중앙신문 사설] 승세도약의 조건은 청렴. (CG=중앙신문)

도시는 성과로 성장하지만, 신뢰로 도약한다. 안성시가 최근 보여주는 행정의 방향은 이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원칙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김보라 안성시장이 전날(6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밝힌 ‘승세도약’은 지금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가겠다는 선언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선언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행정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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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시가 연중 상시 운영 중인 ‘클린신고센터’는 그런 선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이나 선물을 받았을 경우, 그 크기와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신고하도록 한 제도다. 음료수 한 병, 오로나민C 한 박스 같은 사소한 감사 표시도 예외가 없다. 돌려줄 수 있으면 즉시 반환하고, 제공자를 알 수 없거나 부패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사회복지 대상자에게 기부하는 절차를 거친다. 번거롭고 불편한 방식일 수 있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행정의 기준을 지탱한다.

대부분의 부패는 거창한 거래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판단, 관계를 고려한 작은 양보, 사소한 호의가 반복되면서 기준은 조금씩 흐려진다. 안성시의 클린신고센터는 그 출발점을 아예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개인의 양심에만 기대지 않고, 누구나 같은 기준에 따라 행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보통 ‘도약’을 이야기할 때는 속도와 규모가 강조된다. 예산 증가, 대형 사업, 가시적인 성과가 도약의 지표처럼 언급된다. 그러나 속도는 신뢰 없이 유지될 수 없다. 성과가 쌓일수록 행정에 대한 감시는 느슨해질 수 있고, 그 틈에서 불신이 자라기 쉽다. 승세도약이 진짜 도약이 되기 위해서는, 빠르게 달릴수록 기준을 더 분명히 하는 선택이 필요하다. 청렴은 발목을 잡는 규제가 아니라,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안전장치다.

안성시의 선택은 청렴을 도덕적 요구로 남겨두지 않았다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받지 말라고만 요구하지 않고, 받았을 때 숨기지 않아도 되는 통로를 만들었다. 신고가 처벌이나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절차를 공개하고, 처리 결과를 투명하게 남겼다. 이는 공무원을 의심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기준 안에서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행정이기도 하다. 시민의 입장에서 이런 행정은 신뢰를 낳는다. 행정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지만, 작은 선택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만들어진다. 음료 한 병을 신고하는 과정이 바로 그런 신뢰의 단위다.

‘승세도약’을 말한 도시가 동시에 기준을 더 낮추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히려 성장 단계에 들어선 도시가 선택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방향이다. 잘 나갈 때일수록 더 엄격해지겠다는 태도, 성과가 있을수록 더 투명해지겠다는 원칙은 도시 행정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청렴은 구호가 아니라 습관이고, 선언이 아니라 구조다. 안성시의 이번 청렴 행정 강화는 승세도약을 떠받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다. 도약을 말하는 도시일수록 기준은 더 분명해야 한다. 안성시는 지금, 그 기준을 비교적 분명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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