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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혜훈 장관 지명, 통합의 시험대

중앙신문 기자
[중앙신문 사설] 코로나 속 독감 유행 조짐 심상찮다. (CG=중앙신문)
[중앙신문 사설] 이혜훈 장관 지명, 통합의 시험대. (CG=중앙신문)

전직 야당 의원이 새 정부의 핵심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정치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배신'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여권에서는 '통합·탕평 인사'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치권의 언어는 양극으로 갈리지만, 시민들의 시선은 단순하지 않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동시에 불편함을 느끼는 반응이 공존한다. 그 복합적인 감정이 이번 인사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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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정치의 문법으로 보면 야당의 반발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선거 과정에서 같은 진영의 후보를 지지했고, 당의 간판으로 여러 차례 활동해 온 인물이 정권이 바뀐 뒤 다른 진영의 요직으로 향했다면 배신감을 느끼는 것도 자연스럽다. 정치는 소속과 신뢰 위에 서 있고, 그 신뢰는 쉽게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통합'이라는 단어가 이런 감정을 단번에 지워주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장관은 정당의 직책이 아니라 국가의 직책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국정 운영은 진영의 순도를 가리는 경쟁이 아니다. 대통령의 인사는 언제나 정치적 계산을 동반하지만, 이번 선택은 특히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결정이다. 지지층의 박수를 받기 쉬운 인사가 아니라, 반발과 논란이 뒤따를 것을 알면서도 택한 인사이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이런 선택은 언제나 결과로만 평가받는다. 성공하면 통합의 사례로 기록되고, 실패하면 무리한 파격으로 남는다.

한국 정치에서 진영을 넘는 인사가 전례 없는 일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보수 야당 출신 인사를 국무총리로 기용했을 때도, 문재인 정부에서 야당 출신 정치인을 장관으로 발탁했을 때도 초기 반발은 적지 않았다. 그때마다 “왜 하필 그 사람이냐”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평가는 즉각 내려지지 않았다. 기록은 시간이 흐른 뒤, 성과를 기준으로 정리됐다. 그래서 이번 인사는 옳고 그름을 단정할 사안이라기보다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를 묻는 문제에 가깝다. 대통령은 왜 이 인물이 필요한지,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지 설명해야 하고, 장관 후보자는 과거의 진영을 넘어 어떤 성과로 국정에 기여할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야당의 비판 역시 감정적 언어에 머물기보다 인사의 적절성, 정책 방향, 국정 운영의 실효성에 집중될 때 설득력을 얻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찬성과 반대의 구호 경쟁이 아니라 냉정한 검증이다. 이 인사가 통합이라면 통합의 결과로 증명돼야 하고, 탕평이라면 탕평의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국민은 어느 진영이 이기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국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본다. 예산과 정책, 삶의 변화로 답하지 못하는 통합은 결국 수사에 그칠 뿐이다. 이번 인사는 한국 정치가 한 단계 성숙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통합이 구호로 끝날지, 제도의 변화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실행이 말해줄 것이다. 통합은 칭찬받기 쉬운 선택이 아니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다. 이제 판단은 말이 아니라 결과로 내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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