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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上萬事(23)] 내 것인 줄 알았는데

이건구 기자
이건구 국장
이건구 국장

명품이라는 말은 요즘 너무 쉽게 쓰인다. 가방도, 신발도, 휴대폰도 명품이라 불린다. 전 세계에 명품이라 불리는 브랜드가 200~300개쯤 된다는 말도 돈다. 그중에서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하이엔드는 손에 꼽히는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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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많아졌고, 말도 많아졌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비싼 돈을 주고 샀으면, 그때부터는 내 물건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닳으면 고쳐 쓰고, 불편하면 손보고, 손때가 묻으면 그만큼 내 시간이 붙는 게 물건인데. 그런데 요즘은 물건을 사놓고도 “이 정도까지 해도 되나”를 먼저 따진다. 명품일수록 더 그렇다.

명품이 늘 입에 오르는 건 값 때문만은 아니다. 어떤 사람의 손에 들렸느냐에 따라, 물건 하나가 상징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로저 비비에 가방과 반클리프 앤 아펠의 6000만원대 목걸이가 보도에서 거론되며 화제가 됐다. 가방과 목걸이는 말이 없는데, 브랜드 이름과 가격이 먼저 입을 열었다. 누가 들었는지, 얼마짜리인지가 물건보다 앞서 이야기되는 순간, 명품은 개인의 물건을 넘어선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명품 가방 리폼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루이비통 가방을 해체해 다른 형태의 가방이나 지갑으로 만드는 행위가 상표권 침해인지 여부를 두고, 대법원에서 공개변론까지 열렸다. 가방 하나를 고쳐 쓰는 문제를 두고 법정까지 간다는 게, 어쩐지 시대를 보여준다.

브랜드의 논리는 단단하다. 가방에 붙은 로고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출처를 표시하고 품질을 보증하는 표식이라는 것이다. 원단을 해체하고 재단해 전혀 다른 형태로 만들면, 그 약속이 흐려진다. 로고가 그대로 남아 중고 시장에 돌 경우 소비자가 정품으로 혼동할 수 있고, 브랜드가 책임져야 할 경계도 무너진다고 본다. 반대로 소비자의 논리는 생활 쪽에 서 있다. 돈을 주고 산 가방은 내 것이고, 닳으면 고쳐 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주장이다. 직접 하든, 전문가에게 맡기든 본질은 같다. 판매 목적이 아니라 개인 사용이라면, 굳이 상표 침해까지 따질 일인지 의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내 가방인데, 내가 쓰려고 바꾼 게 왜 문제냐”는 반문이다.

여기서 마음이 복잡해진다. 명품을 사는 이유는 결국 소유하기 위해서다. 들고 다니고, 닳게 하고, 손때를 묻혀서 내 시간으로 만드는 것. 그런데 산 뒤에도 어디까지 괜찮은지 눈치를 봐야 한다면, 소유는 기쁨이 아니라 부담이 된다. 비싸게 샀는데 더 조심해야 하는 물건이라면, 그건 물건이 아니라 관리 대상에 가깝다. 물론 모든 걸 허용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남을 속이거나, 브랜드인 것처럼 팔아 이익을 취하는 일은 다른 문제다. 다만 개인이 쓰기 위해 고치고 바꾸는 일까지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면, ‘내 것’이라는 감각은 예전 같지 않다.

예전엔 물건을 사면 끝이었다. 요즘은 산 뒤에 시작된다. 들고 다니면서도 이게 괜찮은지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 내 것인 줄 알았는데, 쓰다 보니 자꾸 남의 눈치를 보게 된다. 요즘 명품 가방 이야기가 유독 피곤하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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