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이 병역의무를 기피한 343명의 인적사항을 공개했다. 현역 입영기피와 사회복무요원 소집기피, 병역판정검사 기피, 국외여행허가 위반 등 유형은 다양하지만, 이 조치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국방의 의무는 지금도 공정하게 작동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병역의무 기피자 인적사항 공개 제도는 2015년부터 시행돼 왔다. 공개는 즉각 이뤄지지 않는다. 사전 안내와 6개월간의 이행 촉구, 소명 기회 부여, 심의위원회 절차를 거쳐 공개 대상이 확정된다. 공개 이후라도 병역의무를 이행하면 명단에서 즉시 삭제된다. 이 제도는 처벌을 앞세우기보다, 회피를 멈추고 공동체로 돌아오라는 기준을 확인하는 장치에 가깝다.
그럼에도 명단 공개를 둘러싼 논쟁은 반복된다. 인권 침해라는 지적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논쟁은 종종 중요한 질문을 비켜간다.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다수의 시간과 침묵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누군가는 학업과 경력을 멈췄고, 누군가는 인생의 일정 부분을 내놓았다. 그 부담이 사회적으로 감내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의무가 공정하게 적용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대를 다녀온 이들 가운데에는 “막상 가보니 별거 아니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말은 군 생활을 미화하는 표현이 아니다. 오히려 공동체의 요구를 감당해 온 다수의 담담한 고백에 가깝다. 그래서 더 이해되지 않는 선택이 있다. 합법적인 면제와 대체복무의 길이 열려 있음에도, 고의로 병역을 회피하고 책임을 미루는 행위다. 이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공정에 대한 감각을 훼손한다. 이런 경우에는 예외 없는 엄정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 의무를 지키지 않은 선택이 가벼운 결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다만 병역 문제를 처벌의 언어로만 다룰 수는 없다. 병역을 기피하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군대 자체보다도 막연한 부담감을 두려워한다. 과거의 군대 이미지와 단절에 대한 불안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병역 제도는 과거와 다르다. 친구와 함께 입대하는 동반입대 제도, 입영 시기와 보직을 선택할 수 있는 모집병 제도, 전공과 자격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특기 활용 방식까지 선택지는 꾸준히 넓어졌다. 군대가 더 이상 혼자 감당해야 하는 공간만은 아니라는 점을 제도 자체가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두 방향의 균형이다. 병역을 고의로 회피한 경우에는 엄정하게 법을 적용하되, 동시에 군대가 보다 친근한 공간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이어가야 한다. 아울러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이들이 사회에서 체감할 수 있는 존중과 보상에 대한 고민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 누구나 큰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고, 다녀온 뒤에는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존중받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저출산으로 병역 자원은 줄어들고, 개인에게 돌아가는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이 흔들리면 공동체의 신뢰는 빠르게 무너진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자는 말은 누군가를 군대로 몰아넣자는 구호가 아니다. 한 번쯤은 누구나 다녀와도 괜찮다고, 그리고 다녀온 사람이 손해 보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병무청의 이번 명단 공개는 처벌의 선언이 아니라 기준의 확인이다. 국방의 의무가 공정하게 작동할 때, 사회는 비로소 다음 세대에게 말할 수 있다. 정직함이 바보가 되지 않는다고. 그것이 국방의 의무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공정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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