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순정우 기자] 박승원 광명시장이 17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포스코이앤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포함한 전면적 법적 대응을 선언했다.
신안산선 붕괴 사고 발생 8개월이 지났지만 피해 주민 보상은 여전히 미완료 상태고, 통로박스 재시공 요구는 묵살당했으며, 안전보다 비용을 우선시하는 포스코이앤씨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박 시장의 회견에서 드러난 절박함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었다. "광명시(지자체)만으로는 포스코이앤씨 규제에 한계를 느낀다"는 고백은, 현장에서 시민 안전을 지켜야 하는 기초지자체가 직면한 권한의 벽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중앙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은 광명시의 이 절박한 호소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 '신안산선 사고'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경고, 그 후 4개월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은 또한 "징벌적 배상제 등 가능한 추가 제재 방안을 검토해 보고할 것"도 지시했다.
광명시의 회견장에서 기자가 물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법적 조치를 취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수개월이 흐른 지금 당(중앙당)정 간 협의가 없었다는 의미냐?" 박 시장의 답변은 의미심장했다. "6월 4일 치안 안전 점검 회의에 참석해 대통령께 신안산선 붕괴 사고와 관련한 신속한 보상과 안전 대책을 부탁드렸다. 바로 대통령실에서 우리 비서실로 전화가 와서 자료 일체를 청와대(대통령실)에 전달했고, 국토부에서 챙긴 사례가 있다"
대통령실과 국토부의 관심은 있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8월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하고 건설면허 취소 검토를 지시한 지 4개월이 넘었지만, 가시적인 제재 조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징벌적 손해배상 검토 지시 역시 제도화 단계로 진전되지 않고 있다.
# 국토부의 조사, 그리고 멈춘 시간
국토교통부는 신안산선 붕괴 사고 직후인 4월 17일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원인 규명에 나섰다. 당초 6월 16일까지로 예정됐던 조사 기간은 9월에 4개월 더 연장돼 2026년 1월 14일까지로 늘어났다. 조사가 지연되는 동안 광명시민들은 8개월째 통로박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고, 구석말 주민들은 여전히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설 명절을 앞두고 있다. 손무락 사고조사위 위원장은 "이르면 연내에 조사 결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사고 발생 8개월이 넘도록 결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원인 규명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 주민의 고통이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는 조사와 별개로 즉각적인 피해 구제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국토부의 대응은 사고조사위 구성 이후 가시적인 후속 조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 민주당 중앙당의 침묵
더 큰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 중앙당의 대응이다. 검색 결과 어디에서도 민주당 중앙당이 신안산선 사고와 포스코이앤씨 문제에 대해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발표하거나 광명시를 지원하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국토부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사고 17시간 전에 터널 중앙 기둥 파손을 인지했음에도 공사를 강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마저도 개별 의원의 활동에 그쳤다. 광명시는 경기도에서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박승원 시장 역시 민주당 출신이다. 그런데도 당 차원에서 광명시의 싸움에 연대하거나 입법적 지원을 약속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냈지만, 그것이 당의 조직적 움직임이나 국회에서의 입법 활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발언은 일회성 퍼포먼스로 그칠 위험이 있다.
# 왜 중앙정부와 민주당이 나서야 하는가
첫째, '권한의 문제'다. 지자체는 건설면허 취소나 공공입찰 금지 같은 강력한 제재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손해배상 소송조차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승소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둘째, '신안산선은 광명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노선은 서울특별시와 경기도 광명시, 시흥시, 안산시를 잇는 광역철도로, 수도권 서남부 전체의 교통 인프라다. 한 지역에서 발생한 안전 사고가 전체 노선의 개통을 지연시키고 있는 현실에서, 이는 명백히 국가 차원의 문제다.
셋째, '구조적 안전 불감증에 대한 대응'이다. 올해 1월부터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만 노동자 4명이 사망했다. 광명에서는 신안산선 붕괴로 1명이 사망했고, 8월에는 이주노동자가 감전 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졌으며, 11월에는 미신고 폐수배출시설 운영이 적발됐다.
이는 특정 현장의 일회성 실수가 아니라 기업 전체에 만연한 안전 경시 문화의 문제다. 이런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려면 중앙정부 차원의 강력한 제재와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다.
# 광명시의 오늘 대책을 지지한다
박승원 시장이 오늘 내놓은 세 가지 요구는 정당하다. ▲통로박스·수로암거 전면 재시공이다. 보수·보강만으로는 시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은 옳다. ▲설 명절 전 피해 주민 보상 완료를 요구했다. 8개월째 보상을 받지 못한 주민들이 최소한 명절은 안심하고 맞을 수 있어야 한다. ▲공사 재개 시 시민 동의와 참여 보장이었다.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일방적 공사 재개는 또 다른 불안을 낳을 뿐이다. 광명시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예고 역시 지자체가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 중앙정부와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이재명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8월의 강력한 지시를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건설면허 정지, 공공입찰 금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검토를 지시한 사안들의 진행 상황을 공개하고, 신속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사고조사와 별개로 피해 주민 구제에 나서야 한다. 민간투자사업이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국가가 승인한 사업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국가도 책임의 일부를 져야 한다. 민주당 중앙당은 광명시의 싸움에 연대해야 한다. 당 차원의 공식 입장 발표, 국회 차원의 청문회 개최, 건설안전 관련 입법 추진 등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국회는 현재 건설사업자에게 최대 매출의 3% 과징금 또는 영업정지를 부과할 수 있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논의 중이라고 하는데, 이를 신속히 입법화하고 광명 사례를 계기로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 지역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문제
신안산선은 2026년 말 개통 예정이었지만 사고 여파로 2029년 4월로 개통이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 서남부 수십만 주민이 기다리는 이 노선의 지연은, 한 기업의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포스코이앤씨 한 곳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생명이 희생됐고, 너무 많은 시민이 고통받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건설 안전 시스템 전체의 문제이며, 따라서 정부와 여당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박승원 시장이 외친 "시민의 생명과 안전 앞에서는 단 한 치의 타협도 없다"는 선언에, 이제 중앙정부와 민주당이 화답할 차례다. 광명시의 외로운 싸움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신안산선이 지나는 모든 지자체, 그리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바라는 모든 국민이 광명시의 오늘 결단을 지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지지는 중앙정부와 여당의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번 사안을 대한민국 건설 안전 시스템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겠다는 박승원 시장의 다짐이 현실이 되려면, 광명시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중앙정부와 민주당, 그리고 신안산선이 지나는 모든 지역이 함께 나서야 한다.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