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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어촌 기본소득, 이제는 시범이 아니라 국가 정책이다

중앙신문 기자
[중앙신문 사설] 코로나 속 독감 유행 조짐 심상찮다. (CG=중앙신문)
[중앙신문 사설] 농어촌 기본소득, 이제는 시범이 아니라 국가 정책이다. (CG=중앙신문)

내년부터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시행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모 결과 경기도 연천군을 포함해 강원 정선군, 충남 청양군, 전북 순창군, 전남 신안군, 경북 영양군, 경남 남해군 등 전국 7개 군이 대상지로 선정됐다. 인구감소지역 주민에게 일정 금액(월 15만원)을 지급해 생활 안정을 돕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이 정책은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 국가가 농어촌을 더 이상 주변부로 두지 않겠다는 선언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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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의 위기는 지역의 게으름이 아니라 국가의 구조가 만든 결과다. 성장의 축이 도시로 쏠리는 동안 공공서비스와 일자리, 교육·의료 인프라는 농어촌에서 먼저 얇아졌다. 학교는 통폐합됐고, 병원은 멀어졌으며, 대중교통은 줄었다. 그 자리를 고령화가 채웠다. 그럼에도 농어촌은 식량을 생산하고 국토를 관리하며 국가의 기반을 지켜 왔다. 농어촌의 공익은 늘 존재했지만, 정책의 언어로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다.

이제 기본소득으로 그 가치를 인정하겠다면, 태도부터 분명해야 한다. “시범이니 해보고 보자”는 방식으로는 농어촌이 다시 신뢰하기 어렵다. 시범은 정책의 방향을 시험하는 단계가 아니라 제도 설계를 다듬는 단계여야 한다. 처음부터 시범 종료 이후의 길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이어갈 정책이라면 지속의 구조를, 확대할 정책이라면 확장의 원칙을 미리 내놔야 한다.

기본소득만으로 농어촌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맞다. 그러나 그 사실이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지우지는 못한다. 최소한의 소득 안정이 없으면 의료·돌봄·교통 같은 생활 기반 정책도 현장에서 버티기 어렵다. 기본소득은 만능이 아니라 ‘바닥’을 만드는 정책이다. 바닥이 없으면 어떤 처방도 공중에서 흩어진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주저할 단계도 지났다. 농어촌 소멸이 불러올 사회적 비용은 훨씬 크다. 지역 붕괴, 돌봄 공백, 국토 관리 비용 증가는 결국 국가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다. 농어촌이 무너지면 균형 발전도, 지속 가능한 성장도 빈말이 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국가가 농어촌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정책이어야 한다. 연천을 비롯한 7개 군에서 시작되는 이번 시범사업은 ‘첫걸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정부는 성과평가와 연계정책, 다음 단계의 설계를 동시에 내놓아야 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더 이상 시험대 위에 놓일 일이 아니다. 국가 정책으로 분명히 자리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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