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바람이 먼저 말을 거는 공간이다. 육지와 떨어진 고요 속에서 연간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오갔다는 사실은 결코 가벼운 기록이 아니다. 그것도 자동차나 기차가 아닌,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인천이 올해 세운 이 숫자는 단순한 관광 증가가 아니라, 그동안 잘 보이지 않던 ‘섬의 가치’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는 신호다. 그 중심에 올해 처음 시행된 아이(i)-바다패스가 자리하고 있다.
바다패스는 해상교통을 사실상 ‘대중교통화’한 정책이다. 인천시민은 모든 항로를 1500원에 이용하고, 타 시·도민은 운임의 70%를 지원받으며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이 제도는 단순한 할인 정책을 넘어, 섬 접근성을 대폭 넓힌 교통 복지 조치에 가깝다. 실제 효과도 분명하다. 바다패스 이용은 84만 건을 넘기며 전년 대비 31% 증가했고, 서해5도 방문객은 66%나 늘었다. 숫자는 정책의 성과를 가장 정직하게 말해주는 지표다.
그러나 200만 시대가 일회성 기록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 단계가 필요하다. 지금의 바다패스가 ‘문턱을 낮춘 정책’이었다면, 이제는 ‘길을 다듬는 정책’으로 이어져야 지속 가능하다. 성수기마다 섬 주민들이 표를 구하지 못하는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여객선 증편은 물론, 주민 우선 예약제도, 수요 기반 탄력 운항 등 세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성공적인 정책은 결국 불편을 최소화하는 세심함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섬의 수용력이다. 관광객이 늘어나는 만큼 자연 훼손과 쓰레기, 생활 소음 같은 부작용도 함께 증가한다. 인천시가 추진 중인 ‘아이(i) 바다 지킴이’ 사업은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한 시도지만, 관광 확대와 환경 보전은 늘 동시에 가야 한다. 자연을 잃으면 결국 사람도 잃는다는 사실을 많은 지역이 이미 경험했다. 섬 관광의 지속성은 결국 생태의 건강함에서 출발한다.
이번 흐름은 인천이 수도권의 거점 도시를 넘어 해양관광 도시로 정체성을 확장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섬 하나가 사람을 부르고, 사람의 발걸음이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선순환이 형성되고 있다. 교통 정책 하나가 지역의 이미지와 경제를 변화시키는 사례로서, 바다패스는 인천이 가진 자연 자원의 잠재력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200만 명이라는 기록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인천의 섬이 지금 ‘발견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넓은 세상에 알려질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메시지다. 이 흐름을 길게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책의 정밀함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보완이 필요하다. 섬 관광은 아직 성장 여력이 큰 분야다. 바다와 사람을 잇는 이 길이 조금 더 단단해진다면, 인천의 섬은 더 많은 이들의 여행 지도 위에 선명하게 자리할 것이다. 결국 섬을 지키고 살리는 것은 바람도 파도도 아닌 ‘길’이다. 인천이 연 이 새로운 길이 한순간이 아니라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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