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잦은 화재 소식으로 인해 그런지 길을 걷다 보면 눈에 자꾸 거슬리는 게 있다. 딱 어디라고 장소를 단정하긴 그렇지만, 사람들 신발에 밟혀 납작해진 꽁초들, 음식점 앞 바람결에 몰려 쌓인 재와 필터, 시장 통로 구석에 검게 눌어붙은 담배 흔적까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는 장면들이다. 누구를 탓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살아가는 소중한 공간인 도시의 골목골목이 이 작은 불씨들로 점점 뒤덮여 간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어렵다. 흡연자 개인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버려진 불씨’가 어느새 도시의 습관처럼 굳어져 있다는 데 있다. 상당히 위험한 모습이다.
요즘처럼 건조하고 차갑게 바람 부는 겨울이면 이 풍경이 조금 더 무섭게 다가온다. 낙엽처럼 마른 공기, 바닥을 긁고 다니는 칼바람, 이 둘이 버려진 꽁초와 만나면 위험은 훨씬 가까워진다. 실제로 소방 기록을 들여다보면 이 시기 공사 현장, 상가 뒤편, 주택가 재활용품 적치장 등에서 ‘담배꽁초 추정’ 화재가 되풀이된다. 불씨가 종이박스나 스티로폼 더미 속으로 파고들기라도 하면, 잠깐의 부주의가 순식간에 불길이 되어 도시의 밤을 깨운다.
믿기 힘들겠지만, 아파트 베란다에서 발생한 화재 역시 담배 불씨로 인해 발생되는 사례들도 있다. 베란다에서 잠깐 태운 담배 한 개비에서 재가 날려 세탁물에 붙고, 바람을 타고 재활용 쓰레기 사이로 스며들며 작은 불씨가 되살아나는 경우가 있다. 베란다 구조상 바람길이 좁고, 건조한 빨래와 종이박스가 함께 놓여 있다 보니 불이 붙으면 빠르게 번진다. 이건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우리가 함께 안고 있는 구조적 현실이다. 겨울에는 그 위험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외 사례도 다르지 않다. 얼마 전 많은 사상자와 큰 재산 피해를 낸 홍콩의 초고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역시 공사 중이던 건물에서 시작됐다. 확정된 원인은 아니지만, 현지에서도 담배꽁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대나무 비계 사이로 바람이 통하고, 건조한 자재들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는 점에서 국내 화재 패턴과 놀라울 만큼 닮았다. 작은 불씨 하나가 거대한 건물 외벽을 타고 순식간에 치솟는 장면은, 우리가 매년 겨울 뉴스 화면에서 맞닥뜨리는 장면들과 결코 멀지 않다.
우리는 종종 큰 화재가 ‘커다란 실수’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사소한 불씨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눈앞에서 늘 보이는 풍경이다 보니 위협을 크게 느끼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겨울의 바람은 불씨를 키우고, 마른 공기는 불길을 걷잡을 수 없게 만든다. 버려진 꽁초는 그 과정의 첫 단추일 뿐이다.
그래서 겨울은 더 조심해야 하는 계절이다. 누구를 향해 손가락을 들려는 마음은 없다. 다만 우리 도시의 발밑 곳곳에서 쉬지 않고 모여드는 이 작은 불씨들이 어느 순간 큰 사고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작은 무심함이 누군가의 일상을 태울 수 있다는, 너무 단순하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자꾸 놓치는 진실 말이다. 오늘 아침 출근길 거리를 걸으며 발끝에 밟힌 꽁초 하나를 보고 문득 생각한다. 이 작은 불씨가 제자리를 찾기까지, 우리 모두의 손길이 조금만 더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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