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기차 연간 보급대수가 처음으로 20만 대를 넘어섰다고 한다. 전기·수소차 누적 등록도 내년 초 100만 대 돌파가 확실시되는 등 친환경차 대중화가 본격 궤도에 올랐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나 신기술의 확산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에너지 구조를 바꾸는 대전환의 출발점이다. 내연기관차를 대신하는 전기·수소차 비중이 높아질수록 국가 온실가스 감축 속도는 빨라지고, 교통·도시·전력 소비 패턴까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확충되며 ‘충전 부담’이라는 가장 큰 소비자 장벽이 낮아진 것도 이 같은 변화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정부가 밝힌 대로 전기차 산업이 갖는 경제적 파급력은 더욱 크다. 배터리와 전력 인프라, 충전기 제조, 전력반도체, 경량 소재 산업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가치사슬은 향후 10년간 국가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분야다. 전기버스 국산 점유율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산업 생태계가 점차 안정되고 있다는 신호다. 기술 발전 속도도 눈에 띈다. 10여 년 전 100km 남짓이던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이제 500km를 넘어선 것은, 소비자가 체감하는 ‘실질적 진보’이자 전기차 시장의 성숙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 기업까지 이 변화에 동참하며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보급의 속도가 높아질수록 ‘안전’이라는 또 하나의 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전기차는 구조적 특성상 화재 시 진압이 어렵고, 열폭주가 발생하면 차량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해 화염을 통제하기 힘들다. 국내외 여러 발생사고는 전기차 화재가 단순 차량 사고를 넘어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하주차장 화재나 공동주택 밀집 지역에서 발생하는 전기차 화재는 진압 장비·대응 체계·피난 구조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며, 전기차 보급 확대가 곧 안전정책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특히 충전시설 안전 관리와 배터리 검사 체계는 아직 보급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급속 충전기의 노후화, 설치 기준 편차, 공동주택 내 충전기 과밀 문제 등은 하루 이틀 지적된 사안이 아니다. 정부는 보조금 제도 개편만큼이나 화재 예방 기준을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 배터리 안전성 검사 강화, 충전시설 정기 점검 의무화, 화재 대응 전문 인력 확충 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해외 주요국이 전기차 보급과 함께 화재 대응 시스템, 배터리 추적 관리, 안전 인증 절차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20만 대 시대는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전환을 요구한다. 친환경차 보급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지만, 그 길이 안전하게 유지될 때에만 지속가능하다. 보급 확대의 성과가 안전 부실로 상쇄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산업 성장과 기후 목표 달성에 걸맞은 안전 관리 체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전기차가 일상 속 이동 수단으로 완전히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과 보급만이 아니라, 국민이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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