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오기춘 기자] 동두천 시민의 생활길이 미군의 내부 규정에 막혔다. 주한미군 시설사령부가 걸산동 신규 전입 주민 2가구의 기지 통행증 발급을 거부하자, 동두천시와 시의회는 강하게 반발하며 공무용 통행증 17장을 전면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12일 시와 시의회, 주민들에 따르면 주한미군 시설사령부는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에 민간인 통행권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규 전입 주민의 출입을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는 “수십 년간 미군이 내부 행정규정에 따라 주민과 공무원에게 통행증을 발급해왔다”며 “이유 없는 중단은 행정 신뢰를 저버린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시민단체들도 “SOFA는 주둔군의 법적 지위를 정한 협정일 뿐, 민간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며 “주한미군이 협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주민 생활권을 침해하는 것은 명백한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박형덕 동두천시장은 “주민 출입 제한은 단순한 행정조치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거주·이전의 자유와 재산권을 짓밟는 일”이라며 “주권국가의 시민이 미군 허가 없이는 자기 집을 드나들 수 없는 현실이 부당하다”고 밝혔다.
통행증을 거부당한 주민들은 현재 대체로 임도를 이용하고 있지만, 이 도로는 일반 차량 통행이 어려운 산림도로다. 실제로 지난해 겨울 한 주민이 눈길에 미끄러져 계곡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민단체는 “보안을 명분으로 주민 안전을 방치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 방기”라고 비판했다.
지역사회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닌 ‘주권의 공백 사태’로 규정한다. “SOFA 합동위원회가 지역 접근권 보장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협정 내 ‘생활권 보장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 땅 위에서 한국 시민의 발걸음이 미군의 내부 규정 하나로 멈춰서는 현실—이번 사태는 주둔군 협정의 불균형이 얼마나 깊게 뿌리내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불편하고도 뼈아픈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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