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냉랭한 골목 한가운데, 작지만 따뜻한 변화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름하여 ‘수원공유냉장고’. 시민이 먼저 불을 지핀 이 실험은 행정이 아닌 주민의 손에서 태어난 복지의 새 얼굴이다.
2017년 말,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제안한 ‘도시형 나눔 실험’이 그 시작이었다. “버려지는 음식 대신, 나누는 냉장고를 만들자.” 그렇게 2018년 수원의 한 카페 앞에 1호 냉장고가 설치됐다. 예산사업도, 행정주도형 사업도 아니었다. 오롯이 시민과 단체, 자원봉사자가 주체가 되어 만들어낸 자발적 나눔의 실험이었다. 그 뒤로 이 운동은 골목마다, 마을마다 퍼져 나갔고 지금은 40곳이 넘는 공유냉장고가 수원 곳곳을 지키고 있다.
운영 방식은 간단하지만 철저하다. 유통기한이 3일 이상 남은 안전한 음식만 넣을 수 있고, 주류나 약품, 건강보조식품 등은 반입이 금지된다. 냉장 상태와 유통기한은 ‘수원공유냉장고 시민네트워크’가 수시로 점검하며, 시민 누구나 필요한 만큼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다. 이 작은 질서와 신뢰가 ‘도시 속 정’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다.
공유냉장고는 복지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과거 행정이 일방적으로 베풀던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시민이 서로를 돌보는 ‘참여 복지’, ‘연대 복지’로 진화한 것이다. 누군가는 남는 반찬을 넣고, 또 누군가는 그 덕분에 따뜻한 식사를 해결한다. 그렇게 냉장고 하나가 도시의 정서를 바꾸고, 관계를 잇고, 공동체를 되살린다.
환경적 의미도 깊다. 공유냉장고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탄소를 낮추는 작은 탄소중립 실천 공간이다. 수원시는 이를 ‘먹거리 순환 모델’로 발전시켜 지역 내 지속가능발전 전략과 연계하고 있다.
냉장고는 차갑지만, 그 속엔 사람의 온기가 있다. 도시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여전히 “함께 사는 법”을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의지가 있다. 수원의 공유냉장고는 단순한 복지시설이 아니다. 그것은 이 도시가 가진 가장 따뜻한 철학, “사람이 사람을 살린다”는 믿음의 상징이다. 이러한 공유냉장고의 나눔 문화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져, 대한민국 100만 특례시인 수원시 곳곳에 지속 가능한 정(情)의 생태계로 뿌리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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