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하도급은 여전히 건설현장 곳곳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이번 합동단속 결과만 보더라도 전국 1814개 현장 중 95곳에서 불법하도급이 적발됐다. 경기·인천 지역에서도 4곳이 걸려들었다. 하도급 미통보 120건, 미체결 10건 등 현장 관리의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건설업계의 오래된 병폐가 여전히 깊숙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적이다. 건설현장은 다단계 하도급 체계를 전제로 굴러간다. 발주처에서 시작된 공사가 원청, 1차 하청, 재하청, 심지어 삼·사차 하청으로 이어지면서 현장의 실질적 책임과 비용은 단계별로 분산되고 희석된다. 그 결과, 최하위 하도급업체는 이윤이 거의 남지 않아 안전관리비를 줄이고 인건비를 밀린다. 이번 단속에서도 임금체불이 9억9천만 원에 달했고, 1천건이 넘는 법 위반이 적발됐다. 값싼 계약을 따내기 위해 위험을 떠안는 구조가 임금체불과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다.
공공과 민간의 단속 격차도 문제다. 민간공사 적발률은 13.5%로 공공공사(1.3%)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공공부문은 제도적 감시망이 작동하지만, 민간부문은 여전히 사각지대다. 특히 소규모 공사 현장은 감리와 안전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하도급계약서를 아예 쓰지 않거나, 발주자에게 통보조차 하지 않는 사례가 그 증거다. 규제의 빈틈이 불법의 토양이 되고 있다.
이번 단속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추진됐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다단계 불법하도급 구조를 바로잡고 근로자 안전과 임금 보호를 강화하라”고 주문한 것은 의미가 크다. 그러나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불법하도급을 뿌리 뽑으려면 ‘단속 후 처벌’이 아니라 ‘계약 전 예방’ 체계를 세워야 한다. 정부가 도입을 예고한 AI 기반 ‘의심현장 선별단속’은 그 첫걸음이다. 하도급 계약 흐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위반 가능성이 높은 현장을 사전에 찾아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책임의 명확화다. 원청이 계약 단계에서부터 하도급 전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위반이 발생하면 공사 전반의 책임을 져야 한다. ‘값싼 계약이 위험을 낳고, 위험이 사고를 낳는다’는 인식이 제도 속에 박혀야 한다. 건설현장의 안전은 어느 한 단계의 책임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건설산업은 국가 인프라의 뼈대다. 이 구조가 계속 불법과 위험 위에 서 있다면, 경제의 신뢰도도 함께 흔들릴 것이다. 불법하도급은 단순한 법 위반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행위다. 정부는 AI 단속과 병행해 하도급 구조 개편, 공정 계약 문화 확산, 근로자 보호 장치를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단속의 불이 꺼지면, 불법은 언제든 다시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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