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캄보디아에서 대규모 온라인 사기 조직이 적발되며 우리나라 국민 다수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처음에는 해외에서 벌어진 특수한 사건 정도로만 여겼다. 그러나 취재를 이어가다 보니 이른바 '로맨스 스캠'이라는 범죄가 이미 국내외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었음을 새삼 알게 됐다. 경찰청과 국제기구 자료에 따르면 매년 수천 건에 달하는 로맨스 스캠 사건이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수백 건이 신고되지만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로맨스 스캠의 수법은 단순하다. 달콤한 메시지로 접근해 짧은 시간 안에 친밀감을 형성한 뒤, 결국은 금전적 요구로 이어진다. 사랑을 내세우지만 목적은 돈이다. 피해자들은 왜 이런 허술해 보이는 덫에 걸리는 것일까. 외로움과 고립감은 마음의 빈틈을 만들고, 군인·의사·사업가 같은 직업을 내세운 허위 신분과 잘 꾸민 사진은 신뢰를 가장한다. 며칠 만에 결혼을 말하는 속도전은 이성을 잃게 만든다. 결국 문제의 뿌리는 '돈'이라는 공통분모로 귀결된다.
이런 범죄는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언젠가 TV 프로그램에서 본 장면이 기억난다. 얼굴은 한 번도 본 적 없고, 전화로만 2년 가까이 대화를 이어온 여성을 믿으며 결혼을 기다리던 한 30대 남성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찾아가 보니 그 여성은 자녀가 있는 50대였다. 믿고 싶었던 마음이 현실과 맞닥뜨린 순간, 큰 상처로 다가왔다. 이 여성에게 속아 보낸 돈만 수천만 원에 달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미 다양한 형태의 로맨스 스캠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기범들은 늘 돈으로 덫을 놓는다. “선물을 보냈으니 통관세만 내라”, “사업 자금이 막혔는데 잠깐만 도와 달라”는 식이다. 사랑과 신뢰의 언어 뒤에는 언제나 금전적 요구가 숨어 있다. 이는 단순한 사기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초상과도 맞닿아 있다. 물질 만능의 시대,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있다고 믿는 착각, 돈이 있으면 행복할 수 있다는 맹목적 신앙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법륜스님은 즉문즉설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이 자기 수입에 맞지 않게 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비싼 가방을 들고 돈을 펑펑 쓴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게 좋아서 결혼하게 되면 후회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겉모습에 혹하면 결국 후회한다는 가르침이지만, 로맨스 스캠 예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목소리 하나, 사진 몇 장만으로는 사람의 속을 알 수 없다. 화려한 겉치레가 아니라 내면의 진실함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로맨스 스캠은 결국 인간의 외로움과 인정 욕구, 그리고 돈에 대한 집착을 노리는 범죄다. 제도적 단속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기 마음을 지키는 일이 우선이다. 사랑은 돈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겉모습이 아니라 속을 보려는 태도, 물질 만능의 유혹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을 지키려는 마음가짐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다. 각종 사회 요인으로 점점 외로워지는 시대, 온라인 로맨스 스캠은 우리 사회가 함께 경계해야 할 새로운 그늘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딥페이크까지 등장하면서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어찌 보면 '의심조차 다시 의심해 보는 태도'가 로맨스 스캠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예방법일지도 모른다. 항상 의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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