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 공공의 행정은 왜 못하나

강상준 기자
강상준 기자
강상준 국장

역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또 벌어졌다. 추석 바로 다음 날인 7일 의정부의 한 주택에서 70대 어머니와 50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러나 이미 시신은 심하게 부패해 사망 시점조차 특정하기 어려웠다. 경찰은 사망 원인과 시기를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지만, 이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따로 있다. 왜 두 사람은 시신이 부패할 때까지 발견되지 못했는가. 왜 편지를 남기고 떠나야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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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지난 2014년, 수원 송죽동에서 세 모녀가 생활고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던 비극이다. 당시에도 세 모녀는 사망 일주일이 지나 부패한 상태에서 발견돼 한국 사회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의정부 사건 역시 겹치는 장면을 반복하고 있다. 이 사이에도 크고 작은 비극은 계속됐다.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행정 시스템은 여전히 사후 대응에 머물러 있다. 가족이나 이웃이 연락 두절을 신고해야 경찰과 소방이 출동하고, 그제야 시신이 발견되는 구조다. 이미 방 안은 차갑게 식고 시간이 흘러, 부패한 시신 앞에서야 사회가 움직인다. 행정은 존재했으나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행정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전기·수도 요금 장기 체납, 병원 진료 중단, 돌봄 서비스 이탈 등 위기 징후를 데이터로 묶어 실시간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가족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공공 인프라가 돌봄을 확장해야 한다. 일정 연령 이상의 단독 가구나 중증 간병 가구에는 정기적으로 전화·방문을 통해 안부를 확인해야 한다. 신청해야만 받는 복지가 아니라, 자동으로 발굴하고 개입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 행정은 사인을 밝히는 부검에서 멈추지 말고, 살아 있을 때 위험 신호를 감지해 예방하는 ‘선제적 행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언론은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발견이 늦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시신이 부패한 뒤에야 사회가 움직이는 현실은 여전히 공공의 행정이 사후 처리에 갇혀 있음을 드러낸다. 반복되는 죽음 앞에서 기자의 수첩에는 단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행정은 왜 미리 손을 내밀지 못했는가.” 더는 시신 부패로 사회의 무능을 드러내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행정은 이제 살아 있는 사람을 먼저 발견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반드시 찾아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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