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오기춘 기자] 제77주년 제헌절인 17일 오전 7시51분께 동두천시의 한 전원주택에 천둥·번개 등 많은 비를 맞은 접시꽃이, 누군가를 기다리다 몹시 지친 듯 축 늘어져 있다.
접시꽃은 여름철 시골 골목길이나 밭두렁, 낮은 담벼락 옆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키 큰 꽃이다. 줄기는 곧게 치솟고, 그 끝에는 접시처럼 넓고 납작한 꽃이 줄줄이 달린다. 붉은빛, 분홍, 보라, 노랑, 흰색 등 색감도 풍성해 여름 햇살 아래서 유난히 도드라진다.
보통 6월부터 8월까지 피며, 아래에서부터 위로 순서대로 꽃을 틔운다. 꽃잎은 얇고 부드러워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만, 줄기만큼은 강건해 장맛비 속에서도 쉽게 꺾이지 않는다.
햇볕을 좋아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예로부터 사람들 곁을 지켜온 꽃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도종환 시인의 시 ‘접시꽃 당신’ 속에서처럼 사랑과 기다림, 그리움의 상징으로 쓰이곤 했다. 그 꽃말도 ‘열정’, ‘인내’, ‘풍요’, ‘그리움’이다.
약용으로는 꽃과 뿌리를 한방에서 사용하기도 하는데, 기침을 가라앉히거나 염증을 완화하고 이뇨를 돕는 데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장맛비가 내리는 날, 그 빗속에서도 조용히 피어 있는 접시꽃 한 송이는 마치 누군가를 오래도록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소박하면서도 당당한 꽃, 접시꽃은 이렇게 여름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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