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르포] 성남 창고형 약국 ‘메가팩토리’ 개장 한 달...직접 가보니

김상현 기자
​​​​​​​줄 서는 약국, 약은 이제 ‘쇼핑’ 시대 평일 오전 불구, 대기 차량 40여 대 약국이 마트로 변신, 약사의 역할은`?
이른 시간임에도 이미 1층 매장 앞에는 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상현 기자)
매장 안에는 총 14개 카테고리로 구분돼 있었다. (사진=김상현 기자)
쇼핑하듯 약을 고르는 내장객들. (사진=김상현 기자)

[중앙신문=김상현 기자] 약이 아니라 쇼핑을 하는 듯했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차량에 줄 서서 입장하는 사람들, 약을 고르며 카트를 끄는 손길. 성남시 수정구에 문을 연 창고형 약국 ‘메가팩토리’는 단순한 약국이라기보다 새로운 유통 현상이자 소비 트렌드의 단면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건 10일 오전이었다. 정확한 오픈 시간을 알지 못해 9시30분쯤 도착하니 이미 매장 입구에는 차량 2대가 줄을 서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뒤로 4대가 더 붙었고, 총 7대의 차량이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 매장 입구를 가로 막은 트럭 1대에서는 약품을 내리는 작업이 장비까지 동원돼 분주한 모습이었다. 3명의 주차 안내원이 도로 위 차량을 정리하고 있었고, 나중에 보니 이 일대에 배치된 안내요원은 대략 10명가량으로 보였다.

오전 9시30분께 매장 입구를 가로 막은 트럭 1대에서는 약품을 내리는 작업이 장비까지 동원돼 분주한 모습이었다. (사진=김상현 기자)

주차 안내 표지판을 들고 이동하던 한 아저씨의 표정에서도 이 지역이 주차로 적잖은 곤욕을 치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메가팩토리가 입점한 건물은 외형상 5층처럼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4층 구조였고, 주차공간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2층에 4대, 3층과 4층에 각각 14대씩 주차할 수 있었다. 이 규모로는 수용이 빠듯할 수밖에 없었고, 대기 중이던 차량들은 순식간에 건물 내 주차공간을 모두 채웠다.

차를 주차한 뒤 기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매장으로 내려갔다. 입장은 오전 10시부터 가능하다고 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이미 1층 매장 앞에는 긴 줄이 형성돼 있었다. 대략 35명 정도. 혼자 온 사람도 있었고, 두세 명씩 가족 단위로 방문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줄을 선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약 정보를 검색하거나, 가족에게 전화해 무슨 약이 필요한지 묻기도 했다. 메모지에 필요한 약 이름을 빼곡히 적어 들고 온 이도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유리로 된 매장 내부는 훤히 들여다보였고, 진열장은 각종 액 들로 가득 차 있었다.

9시59분이 되고 매장 입구를 지키던 직원이 문을 열자, 기다리던 사람들은 카트를 끌고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대형마트의 개점 시간처럼 순식간에 입장이 이루어졌다. 매장은 약 430㎡ 규모로 처음 들어섰을 때 받은 인상은 말 그대로 창고라는 느낌이었다. 벽면과 천장 가까이까지 빼곡히 들어선 진열장, 박스 단위로 쌓여 있는 약들, 그리고 제품 분류와 위치를 표시한 대형 안내판은 작은 규모의 코스트코를 떠올리게 했다.

매장 안에는 총 14개 카테고리로 구분돼 있었다. 해열제·진통제·파스, 감기약·구강약, 연고·염색약, 피부질환 치료제, 소화제·점안제, 비타민·영양제, 마그네슘·관절약·탈모제, 숙취해소제, 의료기기 등으로 구성됐다.

동물약품 앞.
동물약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었다. 애완동물 1천만 시대를 반영한 듯 이곳에서는 반려견용 영양제나 약품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김상현 기자)
동물약품 앞.
동물약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었다. 애완동물 1천만 시대를 반영한 듯 이곳에서는 반려견용 영양제나 약품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동물용 견옥고가 나와 있을 정도다. (사진=김상현 기자)

특히 동물약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었다. 애완동물 1천만 시대를 반영한 듯 이곳에서는 반려견용 영양제나 약품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약국에서 애완견 약을 판다는 걸 여기 와서 처음 알았어요”라는 방문객의 말처럼 일반 약국에선 보기 어려운 제품군이었다. 종류도 상당했다.

기자는 최근 효도 선물로 수원의 한 약국에서 구입했던 경옥고 가격이 궁금해 해당 코너를 찾아봤다. 경옥고 진열대는 계산대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가격표를 보자마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H사 제품은 16만원 주고 샀는데 이곳에서는 9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었고, K사 제품도 18만원이 아닌 16만원이었다. 지역화폐를 이용해 싸게 샀다고 자부했던 마음이 순간 흔들렸다. ‘반품해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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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안에서 약을 구입하는 모습. (사진=김상현 기자)
약을 고르는 내장객들 모습. (사진=김상현 기자)
약을 고르는 내장객들 모습. (사진=김상현 기자)
2500여 가지 이상 건강 쇼핑 메가팩토리약국이라고 쓰여져 있다. (사진=김상현 기자)

약국 내부를 돌아보니 전체적으로 제품 가격이 일반 약국에 비해 10~30%가량 저렴했다.

대표적인 예로 테라플루나이트(6개입)는 9천원에서 7천원, 애크논크림은 1만2000원에서 1만원, 탁센(30개입)은 8천원에서 5200원, 스트렙실(12개입)은 6천원에서 45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카트를 끌고 돌아다니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은 마치 약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생필품을 고르듯 자연스러웠다. “뭘 살까?” 고민하며 휴대폰을 들여다보거나 가족과 통화하는 이들, 그리고 약 비교표를 들고 꼼꼼히 살펴보는 이들이 이어졌다.

기자 역시 이곳에서 약 1시간 동안의 약 쇼핑을 마쳤다. 혹시나 걸릴 수 있는 감기에 대비해 판콜에스 30병 한 박스, 어린이 타이레놀, 연고, 동전파스 등을 구입했고 총액은 8만7200원이었다.

다른 소비자들은 8만원, 30만원, 40만원어치를 담아가기도 했다. 계산대에서는 약사 4명이 복약지도를 진행했고, 직원 4명이 포장을 도왔다. 계산할 때 “구입하신 타이레놀은 어린이 약인 거 아시죠?”라는 약사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지만, 그 외 대부분의 구매는 사실상 약복지도 필요 없는 제품들이었다.

오전 10시3분께 매장을 들어가기 위해 길게 늘어선 차량들. (사진=김상현 기자)
곳곳에 주차를 위한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김상현 기자)

매장을 나서며 밖을 보니 입장을 기다리는 차량 줄이 다시 40대 가까이 이어져 있었다. 주차 공간이 없어 진입을 대기하는 차량 행렬은 메가팩토리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평일에도 이 정도 줄은 기본이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줄이 훨씬 더 길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의 운영 방식에 대해 약사회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6월24일 입장문을 통해 “창고형 약국은 약사의 본질적인 역할인 복약지도, 의약품 안전관리, 환자 맞춤 상담 등의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격 경쟁만을 앞세운 의약품 난매는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긴다”고도 덧붙였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곳을 찾은 한 소비자는 “사려고 생각하지 않았던 약까지 담게 됐다”며 “누가 말려주는 사람도 없다 보니 오남용 우려도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매장안 모습. (사진=김상현 기자)

메가팩토리에서의 한 시간은 단순한 약국 방문이라기보다 ‘약을 쇼핑하는’ 경험에 가까웠다. 소비자들은 약국에서 물건을 고르듯 약을 고르고, 약사는 계산대에서 확인만 해주는 구조. 이곳에서 약은 더 이상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가성비와 편의성의 상품으로 변해 있었다.

이 풍경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옛날 동네 슈퍼가 대형마트에 자리를 내줬듯, 약국도 그 길을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닐까. 약국이지만 더 이상 약국 같지 않은 이곳, 메가팩토리는 2025년 한국 유통 현실의 한 단면을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다. 규제가 없다면 앞으로 계속 늘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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