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시가 왕방산과 동두천천을 잇는 둘레길 조성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별 기대 없이 길을 나섰지만,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확신이 들었다. 이건 단순한 임도길이 아니다. 동두천이 숨겨놓은 진짜 보물이었다. 왕방산 임도길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지녔다. 도심에서 불과 10분 거리, 하지만 그 안은 완전히 다른 세계다. 흙길은 부드럽고, 경사는 완만해 누구나 걷기 좋다. 새소리와 나뭇잎 사이로 흘러드는 햇살, 뺨을 스치는 산바람이 쉼 없이 속삭인다. 이 길 하나면 ‘건강도시 동두천’이라는 말이 그냥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길엔 ‘이야기’가 있다. 숲길 중간에는 450년 넘은 소나무 한 그루가 웅장하게 서 있다. 정자 곁에 자리한 그 고목은 마치 수백 년을 이 길에서 사람들을 맞이해 온 듯한 풍채를 자랑한다. 안내문 하나만 붙여도, 시민들은 '왕방산 수호신'이라 부르며 발걸음을 멈출 것이다. ‘딱 나무 한그루’ 연간 수백만 명이 몰리는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가 증명해 준다.
조금 더 걷다 보면, 토정 이지함 선생이 ‘이곳이 한반도의 배꼽자리’라며 남긴 암각문이 길가 바위에 새겨져 있다. 이건 그저 지나칠 수 있는 유적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이 입혀질 수 있는 강력한 관광 자산이다. “이 길은 조선 최고의 실학자가 천하의 중심이라 여겼던 장소입니다” 이 한 줄이면 누구든 이 길에 다시 발걸음을 들이게 된다. 왕방산 임도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훌륭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해진다. 자연, 역사, 사람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지는 산책길. 이것이 바로 모든 도시가 꿈꾸는 복합 문화관광 자원이다.
지금 동두천시가 검토 중인 ‘왕방산·동두천천 둘레길’ 조성 사업은 선택이 아니라 기회이자 운명이다. 시민을 위한 길, 타 지역 관광객을 부르는 길,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길. 여기에 숲 해설 프로그램, 야생화 체험, 계절별 축제, 숙박과 연계한 웰니스 코스가 더해진다면, 이곳은 분명 동두천의 대표 브랜드가 될 것이다.
임도는 더 이상 산림관리 도로가 아니다. 도시를 바꾸는 길이다. 걷는 이에게 쉼을 주고, 도시에 생기를 더하며, 이야기를 전한다. 동두천이 가진 그 모든 가능성은 이 길 위에 놓여 있다. 다만 지금 필요한 건, 이 길을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려는 의지다. 왕방산 임도길은 준비돼 있다. 이제 시가 응답할 차례다.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