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정 누수 실태가 또 한 번 민낯을 드러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309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지난해(2024년) 한 해에만 무려 1042억원이 부정수급으로 환수 조치됐다. 제재부가금만 해도 288억원에 달한다. 위장이혼, 허위계약, 중복 영수증, 허위 수업 등 부정수급 수법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사회복지·교육·보건·연구개발 등 국민 삶과 직결된 영역에서 이러한 부정이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국가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불신을 불러올 수 있다.
부정수급이 이렇게나 반복되는 이유는 생각할수록 분명하다. 이처럼 사후에 적발하고 환수하는 구조만으론 부족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난해까지 16만 건이 넘는 부정수급을 밝혀냈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지금까지도 그만큼의 허술한 지급 체계를 방치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도를 악용할 틈을 허용하는 설계와 검증 없는 전달체계, 소극적인 내부감시가 이 문제를 키웠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도면 '제도상 허점'이 아니라 '방조된 구조'라 불러야 마땅하다.
이제라도 더 늦기전에 사전 방지 중심으로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 위기가 닥쳐야 점검에 나서는 현재 방식으론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부정청구 탐지 시스템을 전 분야에 걸쳐 정교화하고, 유사 사례 반복을 막는 데이터 연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고의성 여부와 상관없이 규정 위반은 철저히 제재하고, 민간단체나 하청기관까지도 감시망에 포함하는 것은 기본이다.
청년일자리창출지원금이 제재 부가금 1위에 오른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의의 지원정책이 악용되는 순간, 정부 신뢰는 무너지고 진짜 수혜자는 피해를 입는다. 이런 정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될 때 정책이 가지는 의미도 함께 사라진다. 사회 전반의 윤리를 해치는 일이기도 하다. 부정수급을 '예외적 사례'로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사후처리 중심의 ‘도둑맞고 문 잠그는’, ‘소 잃고 외양간고치는’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환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막는 일이다. 국민 혈세를 지키는 일, 더는 뒷북이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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