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약속을 지키는 나라, 그 첫걸음을 기대한다

중앙신문 기자
[중앙신문 사설] 코로나 속 독감 유행 조짐 심상찮다. (CG=중앙신문)
[중앙신문 사설] 약속을 지키는 나라, 그 첫걸음을 기대한다. (CG=중앙신문)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이재명 후보의 첫 메시지는 평범한 시민의 눈높이에서 시작됐다. 그는 “아직 확정되지 못한 당선자”라며 낮은 자세로 말을 꺼냈고, 곧이어 내놓은 다짐은 단호했다. “단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국민의 명령을 이행하겠다”는 선언은 단순한 당선 소감이 아니라, 새 정부의 방향을 압축한 신호탄이었다. 대통령의 약속은 개인의 말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 대한 정치적 신의(信義)다. 국민은 그 약속이 반드시 실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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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밝힌 다섯 가지 약속, 즉 내란의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 민생경제 회복, 국민 생명 보호, 한반도 평화 정착, 공동체 통합은 그 자체로 시민의 요구를 대변한다. 이번 선거는 전임 대통령 탄핵에 따른 보궐로 치러진 선거였다. 국정이 중단된 상황에서 국민이 다시 손으로 국가를 일으킨 일이었다. 누군가는 지난 6개월을 ‘민주주의의 시계가 멈췄던 시절’로 기억한다. 이 당선인이 언급한 ‘풍찬노숙의 시간’은 단지 정파적 인내가 아니라, 권력의 신뢰가 무너졌던 국가적 고통이었다.

이제 새 정부의 첫 과제는 신뢰의 복원이다. 강력한 추진력과 결단력은 이 당선인의 장점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은 진정성 있고 일관된 국정 운영과 실질적 성과를 원한다. 말이 아닌 실천으로, 표어가 아닌 제도와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약속을 지키는 리더십 없이는 어떠한 통합도 실현될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성찰이다. 국민은 왜 이재명을 선택했는가. 그것은 국정의 공백을 메우고, 다시는 권력이 사유화되지 않도록 하라는 명령이었다. 그 기대를 왜곡하거나 소비해서는 안 된다. 오직 ‘공정과 책임’이라는 정치의 본령을 실천함으로써만 응답할 수 있다.

국민은 더 이상 화려한 말에 흔들리지 않는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 곧 삶의 질을 바꾸는 정치를 원한다. 입시와 취업에서의 공정, 일상 속의 치안과 복지, 남북 간의 긴장 완화, 혐오 대신 연대하는 문화. 그런 사회가 실현된다면, 대한민국은 단단해질 것이다. 새 대통령은 이제 그 첫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국정의 시간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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