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겸 ‘김겸미술품보전연구소’
피리 부는 소녀, 부르델 조각 등
미술품·기록물 김겸 거쳐 복원
“태어날 때부터 약하게 태어났다 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가 여러 가지로 어려울 때라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태어나 지금까지 버틴 것이죠.”
김겸 김겸미술품보존연구소 대표가 태블릿 PC 속 소녀를 가리켰다. 손꼽히는 근대 조각가로 납북 후 행방불명된 윤승욱의 작품 ‘피리 부는 소녀’(1937)다. 조각을 바라보는 김 대표의 눈빛과 말투는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그것을 떠올리게 했다.
허벅지에 균열이 갈 정도로 불안정했던 소녀 입상은 내시경 검사, 황동심·강화석고 등이 동원된 수술을 거쳐 온전히 설 수 있게 됐다. ‘피리 부는 소녀’뿐 아니라 앙투안 부르델 조각, 이한열 운동화, 이성자 회화, 청계천 한복판 ‘스프링’ 등 수많은 근현대 미술품과 기록물이 김 대표 손을 거쳤다.
김 대표는 복원가다. 찢기거나 부러지거나 마모된 미술품을 보살피고 필요한 조치를 해 본래 모습을 더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업이다. 일본과 영국에서 공부한 뒤 국립현대미술관 등을 거쳐 연구소를 차린 지 올해로 7년째다.
복원가의 삶을 담은 에세이‘시간을 복원하는 남자’(문학동네)를 최근 출간한 김 대표를 지난 12일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연구소에서 만났다. 운송 중 파손된 대형 회화를 손본 뒤 막 떠나보낸 작업실은 정갈했다. 스프레이와 고정장치 등 각종 ‘수술’도구가 치열했을 현장을 짐작하게 했다.
“작품들이 대부분 전시를 앞두고 오기에 제 연구소는 병원으로 치면 야전병원이죠. 피를 흘리거나 크게 다친 병사들을 치료해 서둘러 다시 전쟁터로 내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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