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부하의 허물을 감싸라

중앙신문 기자
김진배(한국유머센터장)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장왕이 반란을 평정하고 돌아온 후 여러 신하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저녁이 되어도 흥이 다하지 않자 장왕은 불을 밝히고 애첩 허희를 시켜 신하들에게 술을 돌리게 했다. 그런데 갑자기 광풍이 불어와 연회석을 밝히던 촛불이 일시에 꺼져버렸다. 그 사이 한 사람이 허희에게 입을 맞추었다. 허희는 깜짝 놀라 그 사람의 관끈을 잡아당겨 끊어버렸다. 허희는 서둘러 장왕 앞으로 달려가 조용히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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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무엄하게도 어두워진 것을 틈타 소첩의 입술을 범했습니다. 제가 그자의 관끈을 잡아당겨 끊어왔으니 빨리 불을 밝혀 그 무례한 자를 찾아주십시오.”

그러나 장왕은 다음과 같이 명했다.

“경들은 모두 관끈을 끊고 실컷 마시도록 하라. 관끈이 끊어지지 않은 자는 마음껏 즐기지 않는 자이다.”

장왕은 신하들이 모두 관끈을 끊은 후에야 불을 밝히게 했다. 연회가 끝나 궁으로 돌아온 허희에게 장왕이 말했다.

“술에 취한 뒤의 헝클어진 행태는 인간의 본성이다. 만약 그자를 찾아내 벌을 가했다면 그대에게도 아름다울 것이 없고, 신하들에게도 즐거움을 주지 못할 것이 아닌가.”

그후, 장왕이 진나라와의 싸움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한 장수가 목숨을 내던지고 달려와 장왕을 구했다. 장왕이 의아하여 그 장수를 불렀다.

“과인이 덕이 없어 그동안 그대를 몰라보았네. 그대가 나를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나서는 까닭이 무엇인가?”

그러자 장수가 엎드려 대답했다.

“저는 3년 전에 마땅히 죽을 목숨이었습니다. 연회가 있던 날 술에 취해 그만 무례를 저질렀으나 왕께서는 이를 감추시고 제게 벌을 내리시지 않았습니다. 저는 늘 그 은혜를 갚는 것을 소원해 왔습니다.”

결정적 허물을 덮어준 부하 장수는 충성을 다했고 훗날 왕이 위기에 빠졌을 때 목숨을 구해 주었다. 아랫사람에 대한 배려가 한 부하의 목숨을 살리고 충성을 얻어낸 것이다.

동창 모임에 갔는데 까마득한 후배가 맥주병을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내 상의가 젖어버렸다. 하늘같은 선배에게 맥주를 쏟았다고 사방에서 핀잔의 소리가 날아왔다. 후배는 전전긍긍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무래도 내가 사태를 마무리지어야 할 듯했다. 일단 인상을 있는 대로 쓰며 한마디 했다.

“너 지금 알고 그런 거냐, 모르고 그런 거냐?”

후배는 얼굴이 붉어져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

“너 만약 내일 엎질렀으면 혼났어! 내일은 새 양복 입을 계획이었거든. 하지만 지금 이 옷은 오늘 밤에 세탁소에 맡기려 한 건데, 그거 알고 한 거지?”

비난은 누구라도 한다. 하지만 감싸주는 건 훈련이 필요하다. 유머는 충고나 훈계의 효과가 배가 되도록 만든다. 제자를 꾸짖다 비난의 부메랑을 맞고 쓰러진 쫀쫀한 스승의 안타까운 일화를 소개한다.

수학 시간에 선생님이 문제를 냈다.

선생님 : 일 더하기 일은 얼마지?

학 생 : 잘 모르겠는데요.

선생님 : 넌 정말 밥통이구나. 이렇게 간단한 계산도 못 하다니……. 예를 들면, 너하고 나하고 합치면 얼마가 되느냔 말이다.

학 생 : 그거야 쉽지요.

선생님 : 그래, 얼마니?

제 자 : 밥통 두 개요.

스승과 제자는 볼트와 너트처럼, 책상과 의자처럼 패키지 관계가 아니던가? 제자가 밥통이면 스승도 밥통이요, 제자가 보석이라면 스승도 보석이 되는 게 관계의 원리이거늘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스승의 짧은 안목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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