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공감, 세상구경] 수박·참외 둥둥 띄어 먹던 계곡피서

강상준 기자
수박·참외 둥둥 띄어 먹던 계곡피서. (사진=강상준 기자)

요즘 한여름 더위가 그야말로 사람을 잡을 기세다. 조금만 움직여도 옷과 몸은 금세 땀으로 흠뻑 젖기 일쑤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갑자기 쏟아지는 소낙비는 한낮 땡볕 더위를 아주 잠시 식혀주지만 이내 또 뜨거워지고 만다. 얼마 전 지난 절기상 대서(大暑)에는 그 단단한 '염소 뿔도 녹일 기세'라고 하니 여름 더위는 예나 지금이나 덥기는 마찬가지인가 보다.

지금의 50~60대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더위를 피하기 위해 먹을거리를 들고 계곡 속으로 달려간 경험이 있을 것 같다. 노란 참외와 큼지막한 수박은 시원하게 먹을 수 있게 도착하자마자 물에 둥둥 띄어놓고, 떠내려가지 않도록 돌멩이를 쌓아놓는다. 너무 재미있게 물장구를 치다 보면 참외가 떠내려가 주워온 기억도 난다. 놀다가 힘들면 가지고 온 음식과 불판을 달궈 고기를 구워 먹으며 허기를 달래곤 했었다. 이내 배는 불룩해져 반바지를 입고 있는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아이들 얼굴엔 까만 수박씨가 붙어 웃음을 주기도 했다. 배부르면 그늘에 누워 낮잠도 잤다. 계곡에 작은 폭포라도 있다면 그 폭포를 맞고 서있는 기분이야 말로 최고의 피서라고 할 수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계곡을 찾고 있다. 하지만, 노니는 모습이 예전과는 사뭇 달라져 지금은 다 추억이다. 쉽게 드나들던 수려한 경치를 자랑하는 계곡은 출입금지 돼 들어갈 수 없게 됐고, 불판을 펴는 사람도 찾아볼 수 없다.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들도 일부 있지만, 쓰레기 버리는 사람들도 없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선 당연한 일인데, 예전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 끝난 장마로 인해 계곡 물이 풍년이라고 한다. 물의 양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장마로 인해 어떤 이는 수해를 입고, 또 그렇게 내린 비로 어떤 이는 시원한 피서를 즐기고. 세상이란 참 알 수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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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피서를 다녀온 어떤 사람은 '동남아로 가는 피서보다 더 좋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또 어떤 사람은 계곡에서 보내는 휴가가 '최고의 피서법'이라고 적고 있다.

해외로 가는 피서는 시간이 오래 걸려 지루하고, 바다로 가는 여름피서는 물에 들어가면 시원해 좋지만, 밖으로 나오면 더운 게 흠이라면 흠이다. 그런데 요즘 동해안엔 해파리가지 나타나 해파리 쏘임에 조심해야 한단다. 독서실을 찾는 피서법도 있고, 영화관에서 보내는 피서도 있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피서법이 있게 마련이다.

지난 휴일 계곡을 낀 한 음식점에 갔다가 수박·참외를 둥둥 띄어 먹던 계곡에서 보낸 피서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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