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비닐하우스 주차장

중앙신문 기자
송년섭(수필가, 칼럼위원)

농촌 들녘을 하얗게 덮은 비닐하우스. 자연을 초월하려는 인간의 욕구가 만들어낸 과학영농이다.
사람들은 자연의 섭리, 질서를 왜곡하여 온도, 습도를 유지하고 채광을 조절하면서 땅의 온기가 빠져 나가지 못하게 막아 작물의 성장을 자기들 뜻대로 좌지우지한다. 눈에 보이는 경쟁력이고 농업의 과학화요, 진보된 농업경영이다.
비닐하우스의 역할은 작물재배와 더불어 수확물의 건조, 보관 등 다양하다. 장마철에 거두어들이는 참깨는 마루에 들여 놓거나 무엇인가로 덮어야 하는데, 비는 쏟아지고, 덮을 거는 마땅한 게 없어, 이리 뛰고, 저리 뛸 때, 비닐하우스 한 채만 있으면 걱정이 해결된다.
이 과학영농의 일각인 비닐하우스를 짓자고 5, 6년 전부터 별렀다. 비닐하우스를 크게 지어 대목을 보자는 목적이 아니어서 적은 돈으로 짓는 방법을 찾다가 차일피일했다. 남이 철거한 자재를 헐값에 구해 자재 값을 아끼고 친구들이나 동생을 동원해 인건비도 줄여보자는, 얕은 꼼수를 부려 눈에 불을 켜고 다니다가 포기하기를 여러 번, 그런데 사정이 급박해져 가릴 것 없이 비닐하우스를 짓게 되었다.
지독히 추웠던 겨울, 자동차 시동이 안 걸려 보험회사에 연락하니 일이 밀려 몇 시간이나 지체한 후에 겨우 출동하게 되었고, 다음날에도 또 시동이 안 걸려 약이 오를 대로 올라 배터리를 교환하는 난리를 치렀다.
비닐하우스에 주차한 이웃 집 차는 문제없이 시동이 걸리는 걸 보고 서두르게 된 것이다. 급한 터라 업자의 말 한마디에 거역도 못하고 겨울에는 차고로 쓰고 농사철에는 야채를 재배한다는 생각으로 스물 댓 평짜리 하우스를 140만원에 지었다.
몇 사람이 매달려 철 파이프를 세워 조립하고 비닐을 씌워 하루가 다 걸려 완성했다.  이렇게 복잡하고 힘든 걸 내 편한대로 쉽게 지을 것만 생각했으니 가관이다. 지나가는 이웃들도 잘 지었다고 덕담을 하고, 자동차를 비닐하우스 안에 두니 먼지나 성에 걱정 없어 이렇게 좋은걸….
마음이 느긋해 졌다. 비닐하우스를 지었으니 나도 이제 비닐하우스로 농사를 짓는 시골사람이라는 동질감과 함께 한 겨울에도 자동차 시동 거는 일로 신경 쓸 게 없다는 안도감으로 하우스를 바라보는 데 어느덧 봄이다. 따뜻한 하우스 온도로 쑥쑥 자라는 달래, 냉이, 쑥갓, 씀바귀, 민들레, 질경이…. 심지도 않은 봄나물로 밥상이 푸짐하다.
작년에 들깨 짚을 널어놓았던 곳에 떨어진 들깨 씨앗이 움을 트며 보기 좋게 자라는 걸 보고 비닐하우스의 혜택에 기대를 건다.
개량옥수수 종자를 구하여 모판을 만들고 물을 주며 들여다보니 새싹 돋는 게 어찌나 신기한지, 벌써 아내는 로터리 칠 일이며 쑥갓, 상추, 부추, 고추, 쪽파, 아는 대로 이름을 대며 채소 가꿀 일에 열을 올린다.
대규모로 비닐하우스를 지어 특용작물이나 채소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아직도 겨울 난방 때문에 고생을 한다. 전기, 석유, 물 살포 등 보온 방법이 제각각이지만 들어가는 비용만큼 소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농자재, 종묘, 비료, 인건비가 자꾸 올라 수지를 맞추지 못한다.
그에 비하면 나의 비닐하우스는 아기들 소꿉장난도 못되지만 흙에 다가서고 씨앗들을 매만지며 농부의 마음을 배우려 한다.
FTA 체결은 농업부문이 직격탄을 맞는다하니 그것도 문제다. 나라에서도 대책을 세운다 하나 농부들의 아픈 가슴을 채울 수 있을까. 농부들은 하늘에 순종하고 지혜를 짜내어 오늘의 고난을 이기고자 안간힘을 쓴다. 그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멍석만한 비닐하우스 한 채 지어놓고 무릉도원을 꿈꾸는 나 같은 사람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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