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④ 인천항과 자장면

남용우 기자
남용우 선임기자
남용우 선임기자

인천항은 1883년 1월 1일 제물포지역에 개항했다. 1876년 부산항에 이어 수도 한성의 해문요충인 인천항은 일본의 요구로 강제개항 됐다. 쇄국정책을 펴던 조선이 외세에 밀려 개항을 했지만 인천항이 가져다준 경제적 가치는 엄청났다. 개항 당시만 해도 제물포지역은 자연조건을 이용한 해상 방비를 하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그러나 개항과 함께 일본을 비롯한 구미제국과의 통상이 개시되면서 정치·외교·군사·경제 활동의 중심을 이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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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은 조석간만의 차가 최고 10m에 달해 항만으로서는 결정적인 약점을 지녔지만 전면에 석축을 쌓아 극복했다. 개항이후 항만 건설기술이 미약하던 조선은 러시아인 토목기사에 의해 해관 전면에 석축을 쌓아 만조에도 이용이 가능케 했다.

석축 역시 중국에서 들어온 쿨리(힘이 센 하역인부)들이 맡고 조선인들은 막노동을 했다고 한다. 이후 국제선박의 대형화추세에 따라 항만에 대한 대형 공사가 수차례에 이어지며 1970년대 5만 톤급 대형선박이 접안 할 수 있는 항구로 재탄생했다. 현재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남측 해역에 신항이 건설돼 10여만 톤의 대형 크르즈선이 드나들기 까지 인천항이 초석을 다졌던 것이다.

구한말 인천항전경. (사진제공=중구청)
구한말 인천항전경. (사진제공=중구청)

자장면도 인천항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인연을 간직하고 있다. 1883년 개항에 맞춰 ‘인천 드림’을 따라 중국 산동지방에서 건너온 부두 근로자 쿨리들과 빈곤계층 사람들이 먹던 간편식 이었다. 인천항에 노역을 하면서 시간에 쫒긴 쿨리들이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미리 삶아놓은 면발에 춘장을 비벼 먹던 음식이 자장면의 시작이다.

30~40분 사이에 수백 명에게 음식을 제공하기에는 자장면이 안성맞춤이었던 것 같다. 이 음식은 과거 인천의 대표적인 고급 중국 요리점이었던 공화춘에서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으나 확인할 길은 없다. 공화춘은 음식점과 함께 객잔이라고 부르는 여관 비슷한 영업을 함께 했다. 쿨리들이 합숙을 하며 집단 급식용으로 자장면이 만들어졌다고 전하나 증언자가 없어 신빙성이 떨어진다. 허나 인천 개항장의 청국조계 일대에서 자장면이라는 세계적인 음식이 탄생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후 청 조계지( 현 차이나타운)를 중심으로 자장면을 만들어 파는 중식당들이 많이 생겼는데 ‘원조 자장면’으로 알려진 공화춘은 1905년 문을 열었다.

중국음식하면 우선 떠오르는 자장면은 이렇게 인천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유명한 음식으로 거듭 태어났다. 필자와 친구들도 유년 시절, 동네에서 어울려 신나게 놀다가도 중국집 배달원이 철가방을 들고 지나가면 나를 비롯해 모든 눈이 철가방을 쫒아간다. 철가방이 누군가의 집 대문을 열면 바로 그때, 한 친구가 놀던 것을 멈추고 집으로 향해 뛰어 간다. 바로 그 집에 사는 주인공이다. 그래야 먹고 남은 자장면에 밥을 한술 넣어 비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맛이야 말로 잊히지 않는 추억에 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자장면을 최초로 만든것으로 알려진 공화춘과 차이나타운 거리. (사진제공=중구청)
자장면을 최초로 만든것으로 알려진 공화춘과 차이나타운 거리. (사진제공=중구청)

60년대 말 고등학생이었던 필자는 경동사거리에서 형이 중국집을 하던 이관제 동창이 엄청 부러웠다. 하교 시간이 가까워지면 반 친구들은 관제의 눈치를 살폈다. 관제가 자기네 집에 가자고 몇몇 친구들을 꼽으면 지명을 받은 친구들은 자장면에 보너스로 군만두가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시대가 무거웠던 1980년대 대학가에서는 중국음식점에서 갖는 학과모임이나 동아리모임에 ‘자파 손들어, 다음은 우파’ 이같이 음식주문을 받았다. 자장면을 먹을 사람과 우동을 먹을 사람을 나누기 위한 위트였다. 좌우의 이념 대립이 심하고 툭하면 용공조작이 있던 시기다 보니 음식점에서도 좌우 대립을 빗대 비슷한 발음으로 장난을 치곤했던 것이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차이나타운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일부 업주들이 자장면 인기에 편승해 편법으로 자장면 값을 1만원~1만2천원까지 (현재 6천원)받고 있다.

이들은 상호를 앞세운 OO자장면을 비롯하여, 백자장(하얀자장), 유니자장, 사천자장, 백년자장들의 이름을 붙여 팔고 있다. 주말에 서울에서 몰려오는 관광객들을 현혹시켜 터무니없이 비싸게 받고 있다. 차이나타운이 전국적으로 명성을 높이고 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행정당국의 지속적인 계도가 뒤따라 옥에 티를 털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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