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보다는 화합이 좋고, 제가 손해를 보더라도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더 싫은 성격이에요. 남을 도울 때 가장 뿌듯함을 느끼는 것을 보니 저는 공무원이 천직인 듯 합니다”
김선재 수원시 영통구청장이 이달로 33년 공직을 마무리하고 공로연수에 들어간다. 평동 동사무소(현 평동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해 법무담당관, 인적자원과장, 행정지원과장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치면서 공직자들의 ‘꿈’이라는 구청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 구청장이다. 지난 5일 김 구청장을 만나 공직생활의 애로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김선재 구청장은 “요즘 공무원을 지망했다가 그만두는 후배들이 많아 안타깝다. 이런 자리가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란다”며 입을 열었다.
안성의 한 농가에서 태어난 김선재 구청장이 수원과 인연을 맺은 것은 수원에 있는 한 대기업에 취업을 하면서다. 기업은 초년생 시절부터 ‘경쟁’을 요구했다.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 인한 이른 출근, 늦은 퇴근이 다반사였다. 결국 김 구청장은 “48만원을 주던 대기업 대신 20만원도 채 안되던 공직자”를 선택했다. “마을 이장을 오랫동안 도맡아 이웃들을 도와주던 아버지의 모습이 늘 존경스러웠다”는 김 구청장은 “부친의 삶이 공직으로 이끈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1989년 공직에 들어와 평동 동사무소에 발령을 받았다. 당시 평동은 수원에서 막무가내식 민원도 많고, 여러 가지로 힘들다 보니 기피하던 마을이었다. 더구나 “월세와 교통비, 식대 등 생활비를 제외하면 봉급이 부족해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 생활이 가능했던” 팍팍한 공직의 길이었다.
“공장과 농촌지대였던 평동이다보니 주민들이 동사무소에 요구하는 것도 많고, 규정보다 우격다짐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반면에 매우 순수한 주민들도 많았다”는 김 구청장은 “갓 입사해 힘든 시절, 한 주민이 내어 준 자장면 값이 지금까지 공직을 이어오게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선재 구청장이 동사무소에 발령받은지 6개월 정도 됐을 때, 한 주민이 출생신고서 용지를 들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발견했다. “잘 안되는 것이 있나요? 도와드릴까요?”하며 묻자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데 한문을 잘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이에 선배 공직자에게 사정을 말하고 대신 출생신고서를 작성해 드렸더니 주머니에서 5000원을 꺼내 “자장면을 사 드시라”며, 몇 번의 사양에도 돈을 쥐어 주었는데 그때 그 마음이 너무도 뭉클했고, 공직에 들어서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김선재 구청장은 “최근 십수년 사이 우수한 인재들이 공무원을 지망해 다수가 행정복지센터로 발령을 받는데, 많이 힘들어 한다”며 “그들에게 주민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수원은 수부도시다. 수부도시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지역 출신들의 연대가 견고하고, 활동이 활발하다보니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이 쉽게 친화되기 힘들다는 점에 있다. 안성에서 와 33년 공직생활을 무난하게 지낸 힘은 무엇일까.
공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김 구청장은 ‘바른 마음, 바른 행동’을 꼽았다. “아이들이 어릴 때 함께 가훈을 정해서 지금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글이 있다”며 “바른 마음 바른 행동을 가훈으로 삼아 마음을 늘 긍정적으로 갖고, 바르게 모든 것을 인식해야 행동에서 잘못됨이 없다”고 소개했다.
그런 성실함을 바탕으로 “주민과 함께하는 시간이 보람있고, 주민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며 같이 하면서 느끼는 보람 때문에 힘들었던 시간을 잘 이겨낸 것 같다”는 김선재 구청장은 33년간 만난 수원의 많은 시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수원의 현안문제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수원의 주변 도시인 화성, 용인, 평택이 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원의 예산이 줄어들고 있어 시의 살림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시 기획조정실 경험이 있는 그는 “공직에 들어올 때인 1989년도의 수원은 장안구와 권선구 2개구에 인구는 60만명 전후였다. 예산은 일반회계 565억원, 특별회계 283억원으로 전체 848억원이었다”며 “2022년도 현재를 살펴보면 일반회계 2조5716억원, 특별회계 357억원으로 전체 2조8773억원(지방교부세 등 제외)으로 30년 전보다 34배나 증가한 예산이다”고 설명했다.
인구가 2배 정도 성장한 만큼 비해 예산액도 크게 성장했지만 30년 전에는 주로 예산 지출이 도시기반시설에 많은 예산이 몰린 것에 비해, 지금은 복지예산 지출이 전체 지출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증가한 점도 특징이다. 과거에는 의식주가 관심의 대상이었다면 현재는 문화와 여가 등 삶의 질에 대한 관심과 지출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수치다.
반면 시군은 복지분야 지출의 급증과 반비례해 재정의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란다. 김 구청장은 “지방세는 도세(취득세, 등록세, 면허세, 마권세, 등)와 시세(지방소득세, 재산세, 자동차세, 담배소비세 등)로 구분되는데 도세 중 시세의 비중을 높여갈 필요성이 있고, 지방소득세 중 기업에서 납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기업유치의 필요성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수원시의 어려운 살림의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조언했다.
“현재 고물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어려워진 갈수록 상황이 어렵다”면서 “특히 삼성전자에서 납부하는 지방소득세가 시 세입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반도체 등 실적이 감소하고, 화성・용인・평택 등으로 사업이 확장되면서 지방소득세 안분(현재 20%정도)에서도 수원시는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한정된 자원을 경제적으로 지출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우선순위를 세밀하게 검토해 예산을 운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 수원시의 활로는 무엇일까. 김 구청장은 전투비행단 이전과 그로인해 생기는 부지에 첨단 미래산업단지 조성을 꼽았다. “화홍지구에 국제공항이 신설되면 화성시는 수원을 능가하는 큰 도시가 될 것이 자명하다. 저도 퇴임 후 화성 서신에 터를 마련할 예정인데, 오히려 국제공항을 반기고 유치하려고 노력하는게 당연한 일”이라는 그는 “수원시 재정의 어려움도 결국 도시 규모에 비해 기업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다. 이 부지에 첨단산업 관련 기업을 유치해야 재정문제도 타결할 수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영통구청장으로서 영통구를 바라보는 시각은 무엇일까. 김선재 구청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도시기반 시설이 잘 조성돼 있는 반면 원도심 주민과 융화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는 점을 꼽는다. 특히 광교신도시의 경우 주민들이 수원에 대한 소속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 구청장은 “보다 많은 문화행사를 주민들이 주도해 추진하고 향유하면서 애향심을 높여나가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늘 주민들과 함께 지내길 원하며 살아왔다는 김 구청장에게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다시 공직을 선택할 것인지 물었다. “눈이 오면 새벽같이 나와 동네 길을 쓸어야 하고, 홍수가 나면 내 집보다 마을을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이 공무원”이라며 “젊은이들에게 그리 공직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은 보다 진취적으로 사회를 위해 일해주길 바란다. 그런데 나는 공무원이 천직인 것 같다”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공로연수 기간에 사회복지사를 준비할 생각이라는 김선재 영통구청장은 “전국의 전통시장을 모두 찾아가며 기록을 남기고 싶다. 또 마음 편히 여행도 가고 행정복지센터에서 하는 서예도 배우고 싶다”고 털어놨다.
공직의 길을 걷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공직자는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고 불편함이 없도록 살피고 불편함을 개선해 주는 것이 주 임무라고 생각한다. 청렴하고 주민의 편에서 먼저 생각해 보는 그런 기본자세가 필요하다”는 구청장은 공직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안정적 직장을 위해 공무원을 선택하려고 하지 말고, 더 잘하는 것을 찾아 사회에서 일꾼이 돼 주길 바란다. 공무원은 그런 시민의 삶을 지켜주는 것이다. 둘이 조화될 때 우리 사회가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임 전날까지 공직자라는 마음으로 마을을 살피고 주민들과 소통하겠다”는 김선재 영통구청장은 “수원 곳곳을 잘 아는 수원사람이 됐다. 시민으로 돌아가면 주민들이 더욱 따뜻이 맞아줬으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