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만에 검찰청이 폐지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출범한 지 일주일.
새 형사사법 체계가 초기 연착륙을 시도 중인 가운데 수사 지휘 인력 부족으로 사건 처리가 지연이 되고 공판에 참여할 검사와 특검을 놓고 혼선이 벌어지면서 재판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법조계와 경찰에 따르면 중수청은 사건을 넘겨받을 전산 기반과 수사를 지휘할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수사를 지휘할 간부들의 빈자리가 원활한 사건 처리와 조직 안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중수청 산하 최대 조직인 서울중수청은 6개 수사국에 속한 25개 과 중 11개 과의 과장이 공석이다. 정원이 122명인 반독점수사국은 국장도 없다.
또 새로 접수된 사건에 대해 수사 주체도 명확하지 않아 혼선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과 중수청 중 어느 곳이 수사해야 할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이 중수청에도 접수되면서 수사 주체를 교통정리해야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환자 4명이 숨진 인천 미추홀구 원병원 사건과 관련해 지난 6일 병원장을 중수청에 고발했다. 혐의는 업무상과실치사와 감금, 무면허 의료행위 지시 등이다.
인천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도 유가족의 고소를 받아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있으며, 인권위의 고발 당일 병원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기관 간 관할 다툼을 조정할 공식 기구는 아직 가동되지 않고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담긴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는 내년 2월 출범한다. 그전까지는 경찰과 중수청이 사건마다 협의해 담당 기관을 정해야 한다.
중수청과 공소청 출범으로 민원인들이 불편을 겪고, 재판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공소청과 중수청이 출범한 첫날 현장은 혼란이 빚어졌다. 지방공소청에서는 전산 문제로 민원이 접수되지 않거나, 검사와의 면담 일정이 연기되기도 했다.
중수청은 첫날 업무 시작 전부터 민원인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1호 접수 사건'에 이름을 올리려는 이른바 '오픈런', 이렇게 접수된 고소·고발만 개청 2시간 만에 20여 건에 달했다.
기존 검찰청에서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의 공판 참여가 적법한지를 두고선 재판부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관련 특검의 구형 일정이 연기됐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재판에선 파견 검사 대신 특검보가 발언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공룡 수사 기관'이 된 경찰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난 2일 문을 닫은 검찰이 수사하던 사건들이 아직 일선 경찰서에는 이송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송이 본격화할 경우 '사건 쓰나미'가 올 수 있어서다.
공소청 본청에 따르면 전국 공소청의 9월 말 기준 미제는 18만6307건이다.
공소청은 이 가운데 검사가 직접 인지해 수사하던 사건 중 90일의 경과 기간 안에 종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건 100여건을 우선 경찰에 넘기고 있다.
규모가 큰 사건을 주로 다루는 시도청 단위 광역수사단과 달리 비교적 수사 인력이 부족한 일선 경찰서에선 향후 밀려들 수사 업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수청이 개문발차한 상황에서 경찰이 주요 대형사건 수사를 선점하기 위한 쟁탈전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는 중수청 출범 첫날 국내 주요 시중은행을 노린 인공지능(AI) 해킹 공격 사건이 발생하자 즉각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하고, 이후 전담 수사팀 규모를 43명까지 늘리며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해킹 사건 수사는 경찰이 전담 조직과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노하우를 축적해온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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