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콘크리트 숲을 넘어 완성해야 할 주거 문화 '한옥'

오기춘 기자
문경새재 한옥거리의 영화 세트장. /사진=오기춘 기자
문경새재 한옥거리의 영화 세트장. /사진=오기춘 기자

추석 명절이 되면 3천여 만 명의 발길이 고단한 일상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향한다. 이 거대한 이동의 이면에는 부모에 대한 효와 장소에 대한 애향심이 깊은 갈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한국적인 가옥들을 허물고 아파트라는 거대한 주거 공간을 세우는 동안,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흙과 나무로 지어진 고즈넉한 한옥의 풍경은 우리 곁에서 점차 지워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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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벗어난 우리의 일상은 차갑고 단단한 콘크리트 벽에 둘러싸여 있다. 효율성과 편의성을 극대화한 현대식 아파트는 비바람을 막아주는 훌륭한 안식처가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를 자연과 단절시키고 이웃과의 소통마저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되어버렸다.

콘크리트 주택은 공간을 철저히 '안'과 '밖'으로 분리한다. 육중한 현관문을 닫는 순간 자연의 숨결은 차단되며, 계절의 변화는 네모난 창틀에 갇힌 박제된 풍경으로만 소비된다. 이렇듯 닫히고 단절된 구조 속에서 현대인들은 메마른 삶에 익숙해져 왔다. 획일화된 '아파트 공화국'의 그늘 속에서 한국 고유의 따뜻한 주거 문화가 말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뼈아프게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서로의 안부를 묻는 온기가 메말라가는 우리 사회의 삭막함은, 매일 마주하는 무표정한 콘크리트 벽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반면, '자연을 품은 가옥'인 한옥은 건축물 자체가 세상을 향해 열려 있다. 대청마루는 집 안팎의 경계를 허물어 앞마당의 햇살과 뒷산의 바람을 기꺼이 안으로 들이고, 흙과 나무, 돌 등 자연에서 빌려온 재료들은 세월의 흔적을 담아내며 주변 풍경 속에 유유히 스며든다. 지체 높은 대갓집의 기와집부터 서민의 소박한 초가집까지, 한옥은 인간이 자연, 그리고 세상과 어떻게 교감해야 하는지를 온몸으로 일깨워주는 역사적 공간이다.

우리가 한가위를 맞아 한옥의 미학을 되짚어보는 것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향수에 머물기 위함이 아니다. 차가운 콘크리트 주거 문화의 한계를 직시하고, 우리가 진정으로 살아가야 할 새로운 공간의 가치를 묻는 성찰이 수반되어야 한다. 한옥이 품은 '개방성'과 '소통의 가치'는 현대의 아파트 공간 안에서도 반드시 계승되어야 할 정신이다.

이제 주거 공간은 단순히 몸을 뉘는 기능적 장소를 넘어, 무너진 공동체를 되살릴 활성화 공간으로서의 무게를 담아내야 한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은 획일적인 콘크리트 숲을 양산하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개발 수익을 주거 공동체 회복과 한옥의 철학을 담은 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공의 책무를 무겁게 짊어지는 결단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옛말처럼, 보름달 아래서 고향의 품을 돌아본다. 비록 우리가 살아가는 외형은 차가운 콘크리트 아파트일지라도, 그 안에서 공공의 가치와 한옥의 넉넉한 철학을 온전히 채워 넣는 것. 온고지신의 마음으로 한옥의 정신을 이어갈 때, 비로소 이 시대에 걸맞은 진정한 ‘K-주거 문화’와 한국적인 주거의 가치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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