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페라 가수로 20년 가까이 무대에서 노래해 온 이사벨(본명 조우정)이 이제 공연 전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노래와 영상이 만나는 방식을 고민한다. 관객이 공연을 보고 즐기는 공간까지 관심을 넓혀가며 가수에서 공연 기획자와 제작자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사벨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팝티스트홀에서 단독 콘서트 'THE YISABEL'을 열었다. 공연은 오페라 아리아와 팝페라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대형 스크린도 활용해 음악과 영상을 결합한 입체적인 연출을 시도했다. 공연 전 관련 보도에서도 음악과 영상, 무대를 결합한 3D 연출이 주요 특징으로 소개됐다.
가수에서 공연 기획·제작자로 활동 영역을 넓혀 가고 있는 이사벨을 23일 수원시 경기아트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중앙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공연 제작자로서의 역할을 더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사벨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오페라를 해왔기 때문에 무대에 서더라도 공연 전체의 그림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공연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고 했다. "공연을 보면 '저런 것을 집어넣었으면 좋겠다' '저런 요소를 더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클래식 무대에 대중적인 요소를 더하고 싶은 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팝페라 디바 이사벨, 가수에서 제작자로…2019년부터 시작된 변화
제작자 도전은 최근에 시작된 일이 아니다. 그는 2019년 '나의 아리랑-Part.1 청년 김대건'을 직접 기획·제작했다. 이 작품은 팝페라와 뮤지컬, 영상 애니메이션, 퍼포먼스 등을 결합해 융복합시킨 세계 최초의 팝페라 스토리 공연이었다. 같은 해 10월 용인문화예술회관 처인홀에서 공연됐다. 당시 이사벨은 기획자이자 아티스트로 무대를 이끌었다.
2024년에는 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 초대 기획총괄이사로 선임됐다. 무대 위 가수에서 공연을 기획하는 역할로 영역을 넓힌 행보다. 이사벨은 "2019년 공연을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뒤부터 공연 자체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 'THE YISABEL'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도 공연의 한 부분으로 끌어들였다. 단순히 노래를 차례로 들려주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자신의 음악 인생을 담은 영상과 다큐멘터리를 공연 중간에 배치했다.
이사벨은 "저를 아는 분도 있지만 모르는 분들도 있다"며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7살 때부터 노래를 했다"며 "어린 시절부터 어떤 음악 활동을 해왔는지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공연의 주인공인 가수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든 셈이다.
이사벨이 그리고 있는 다음 단계도 분명하다. 'THE YISABEL'을 일회성 공연으로 끝내지 않는 것이다. 그는 "팝페라라는 브랜드는 계속 지키고 싶다"며 "이번 공연을 장기간 브랜드화해서 장기 공연으로 가져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팝페라를 대표하는 공연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예술인은 늘 을의 위치에 있었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무대 밖 이야기도 나왔다. 이사벨은 예술인 권익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했다고 밝혔다. 정치와 제도에 관심을 두게 된 배경도 현장에서 경험한 예술인의 현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꺼낸 문제는 계약이다. 그는 "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오히려 '왜 계약서를 써야 하느냐'는 반응을 접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관계나 의리만으로 일을 진행하는 문화가 존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티스트는 항상 을의 입장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출연료 문제도 지적했다.
이어 "개런티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아예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또한 "저작권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저 역시 그런 경험을 한 사람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했다. 해당 내용은 이번 인터뷰에서 밝힌 개인 경험이다. 구체적인 계약 상대방이나 분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공연 현장의 기본적인 환경도 언급했다.
이사벨은 "가수는 무대에 오르기 전 목을 보호해야 한다"며 "물이나 목을 관리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대에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부터 이 같은 예술인 권익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다고 설명했다.
◇"가만히 있으면 편하다…그래도 누군가는 말해야"
목소리를 내는 데 부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사벨은 "그냥 예술인으로 활동하면 저는 편하다"며 "계속 해오던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침묵하지 않은 이유도 밝혔다. 그는 "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경력에 피해가 생길까 봐 말하지 못하는 예술인들이 많다"며 "그래서 제가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연예인들에게 어떤 사건이 생겼을 때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럴 때 상황을 대변하고 칼럼을 쓰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이전에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이사벨은 2025년 예술인의 계약과 임금, 복지, 법률 문제 등을 지원할 통합기구인 '대한문화예술회' 설립 구상을 발표했다. 당시 그는 예술인을 '노동하는 전문가'로 인정하고 제도적 보호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이사벨이 제시한 정책 구상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정치와 제도에 관심을 둔 이유를 개인의 정치적 목표보다 예술인 권익 문제와 연결해 설명했다. 다만 향후 정치 활동을 계속할지에 대해서는 이번 인터뷰에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미국 활동을 기준으로 올해를, 한국 활동을 기준으로는 내년을 팝페라 활동 20주년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활동 연차를 계산하는 기준은 관련 보도마다 다소 차이를 보여왔다. 이에 이번 기사에서는 '20주년'을 확정된 경력 연도로 규정하지 않고, 본인의 설명을 전하는 수준으로 다뤘다. 그에게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만들어 갈 무대다. 가수 이사벨이라는 이름도 놓지 않겠다고 했다. "팝페라라는 브랜드는 계속 지키고 싶습니다." 그가 선택한 다음 도전은 자신의 이름을 건 공연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드는 일이다. "'THE YISABEL'을 장기간 이어지는 공연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팝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이사벨과 공연 전체를 만드는 조우정. 두 이름이 향하는 곳은 같다. 팝페라를 한 사람의 노래에 머물지 않는 공연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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