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기득권 투기 카르텔을 깰 '진짜 정치'가 필요하다

오기춘 기자
            오기춘 기자
            오기춘 기자

평생을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근로소득의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가만히 앉아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을 챙긴 이들은 거대 자산을 거머쥔다. 과연 이것이 우리가 바랐던 공정 사회의 모습인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최근 현실 속에 나타나는 현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일하는 근로자들은 뼈빠지게 일해도 집 한 채 사기 힘든데, 어떤 이들은 포모 심리를 자극하는 투기로 수억 원대의 자산을 불린다"는 왜곡된 사회 구조를 향한 깊은 절망과 분노가 바로 그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것이다.

이 지역, 저 지역을 순회하며 시세 차익을 노리는 아파트 투기세력(일명 '원정 투기 세력' 또는 '기획 투기 세력')은 부동산 시장에서 꾸준히 포착되어 현실적인 문제가 되어 왔다.

◇ 붕괴된 주거 사다리, '영끌'과 '박탈감'의 악순환 

10년 전 서울의 성수동 전용면적 84㎡ 5억 원 짜리 아파트가 몇 년 사이 10억 원을 훌쩍 넘어 20억, 30억 원 가까이 호가하는 현실은 이미 상식의 선을 한참 넘어섰다. 일반 직장인이 평생을 모아도 내 집마련은커녕 전셋값 맞추기도 버거운 세상이다. "나만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자극하는 포모 심리는 막차를 타는 청년들과 서민들을 빚더미 위로 내몰 수 있다. 과거 정부의 기존 정책이 이어진다면 자산이 아파트라는 부동산으로 쏠리는 기형적인 경제 구조를 고착화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근로의 성실함이 부동산 앞에 무능함으로 치부되는 이 비정상적인 구조가 계속 방치된다면, 대한민국 청년 세대의 지속 가능성은 담보할 수 없다.

일러스트 = Gemini
일러스트 = Gemini

◇ '전세 제도'의 명암… 투기적 갭투자와 눈덩이 금융 채무 

한국 고유의 전세 제도는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으나, 일각에서는 아파트 가격보다 적은 자본으로 갭투자의 온상으로 악용되며 실질 집값을 기형적으로 밀어 올렸다. 실물 경제의 생산성과는 무관하게 레버리지(대출 및 보증금 승계)를 통해 부풀려진 거품 속에서 청년과 서민들을 영끌과 빚더미로 내몰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을 오르내리며 실물 경제와 내수 소비를 짓누르는 거대한 족쇄가 되었다. 결국 그들이 나라를 좀먹는 것이 아닌지 두렵기만 하다. 또 과거 정부는 공시지가 인상이 곧 재산세 인상과 세수 증대로 이어진다는 점을 알고 이를 정책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그결과는 가혹했다. 집값이 조금만 흔들려도 보증금 미반환 사태와 파국적인 채무 불이행 위험이 상존하는 한편, 1주택 실거주자들까지 세금 폭탄과 준조세 부담의 악순환에 시달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 투기로 이어지는 '수도권 과밀화'라는 국가적 블랙홀 

광명시청_메인중앙하단_260824
안성시청_바우덕이축제_메인 하단_260908

이 같은 부동산 거품의 근본적인 진원지 중 하나는 국토의 극단적인 '수도권 과밀화' 현상이다. 인구와 자본이 수도권으로 과도하게 집중될수록 토지 및 주거 비용은 치솟는다. 이는 청년층의 삶의 질을 황폐화하고 이어지고 집을 구할 수도 없으니 결국은 결혼을 포기하게 되면서 저출산 요인으로 나타난다.

전 국토의 자원이 수도권 아파트 한 채를 향한 투기판으로 몰리면서 지방의 성장 동력은 식어가고 있다. 인구 소멸 지역이 급증하며 국토의 형태가 왜곡되는 동안, 국가 전체의 잠재성장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결국 수도권 과밀화는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거대한 블랙홀이다. 여기에 일부 고위직 공직자와 기득권층이 부동산 보유를 통해 특권을 누린다는 지적은, 공정을 바라는 국민들의 허탈감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갭투자로 부를 축적한 일부 자산가 세력의 목소리가 여론을 왜곡하고 경제의 본질을 흐리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 ‘입법 권력'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기득권 카르텔 

그렇다면 왜 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정책과 입법은 늘 제자리걸음일까? 그 해답은 입법의 주체인 정치권, 특히 고가 부동산이나 다주택을 보유한 일부 기득권층의 자화상에서 찾을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룰 실효성 있는 법안이 발의될 때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온건화되거나 지연되기 일쑤다. 부동산 기득권을 쥔 이들이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는 입법에 소극적인 모습은, 입법부 스스로가 이해충돌의 방조자라는 비판을 자초하는 꼴일 것이다. (물론 이 내용은 기자의 주관이 도출된 내용일 수도 있다.)

◇ 특권 내려놓고, 공정과 균형의 가치를 복원해야

더 이상 미봉책과 정략적 공방으로 국민을 영화 속 대사처럼 우롱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정치는 기득권의 편이 아니라 땀 흘려 일하는 대다수 평범한 국민의 편에 서는 것이다. 고위공직자와 기득권층의 보유 자산에 대해서는 이해충돌 제도로 엄격하게 다루고, 수도권에 집중된 패러다임을 깨부수는 실효성 있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왜곡된 갭투자 구조와 부동자산 중심의 금융 채무 악순환을 바로잡아, 주거가 투기 수단이 아닌 삶의 보금자리가 되도록 시장의 체질을 갈아엎어야 한다. 근로소득의 가치가 존중받고, 지방과 수도권이 함께 숨 쉬며 열심히 일해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사회. 그것이 바로 현시대의 공명정대한 대한민국 정치로서 완수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부동산 블랙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합리적 아파트 정책에 힘을 실어 주고 건전한 거시경제를 이끌어내야 한다.

수원특례시의회_08 (265x118)
260623_인천도시공사

저작권자 © 중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0개의 댓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