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재정 비상 상황이 도민 생활과 맞닿은 예산까지 흔들고 있다. 세수 결손에 대응하려면 지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도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예산까지 같은 기준으로 줄일 경우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추미애 경기도정이 풀어야 할 숙제는 분명하다. 재정은 줄여야 한다. 도민 불편은 최소화해야 한다. 단순한 삭감보다 사업의 시급성과 효과를 따지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경기도의회에서 커지는 이유다. 경기도 집행부가 도의회에 제출한 2026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은 42조2420억원 규모다. 도는 지방세 세수 결손 등에 대응하기 위해 5465억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취득세를 포함한 지방세 세입은 당초 전망보다 3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기도는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한 재원을 본예산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민생 분야에 다시 배치했다. 문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부 생활밀착형 사업까지 감액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인교통단속장비 운영비다. 경기도남부자치경찰위원회 무인단속장비 운영 예산 75억1610만원 가운데 18억8622만원이 감액됐다. 법정 정기검사비와 통신 회선사용료, 보험료, 유지보수비 등에 쓰이는 예산이다. 경기도의회 심사 과정에서는 경기남부지역 무인단속장비 1422대가 법정 정기검사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어린이보호구역 장비도 562대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필선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여주2)은 14일 열린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재정 상황이 어렵더라도 안전과 민생 사업을 일률적으로 줄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의원은 소방과 폭염대책, 무인단속장비, 아동안전지킴이, 농수산물 할인쿠폰, 어린이 건강과일 사업 등을 점검했다. 사업별 정책 효과와 도민 체감도를 기준으로 예산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소방 분야도 구조적인 재정 문제로 지목됐다. 경기도 소방공무원은 약 1만1780명이다. 연간 인건비 규모는 약 1조1500억원이다.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상당한 인건비와 사업비를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폭염대책 예산도 같은 맥락이다. 31개 시·군에 동일한 기준으로 예산을 나누기보다 노령인구와 농촌지역 비율, 비닐하우스 등 폭염 노출 환경, 취약계층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재정이 부족할수록 필요한 곳에 재원을 집중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농수산물 할인쿠폰 사업도 재검토 대상으로 거론됐다. 경기도의회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이 사업에는 약 222억원이 투입됐다. 판매 실적은 762억원 규모였다. 약 1400개 농가와 단체가 참여했다. 도민에게는 물가 부담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농어민에게는 판로 확대 효과를 제공했다. 어린이 건강과일 공급사업과 아동안전지킴이 사업도 단순한 집행액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분야다.
공급 기간과 활동 시간이 줄어들 경우 예산 절감 효과보다 도민이 체감하는 정책 공백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재정 비상 상황에서 모든 사업을 기존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도 현실적인 해법은 아니다. 경기도의 통합재정수지는 2022년 이후 매년 1조원을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도는 2027년에는 적자 폭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27년도 예산 전면 재구조화 △민선9기 임기 중 세입 1조원 이상 추가 확보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을 포함한 세제 개편을 재정위기 대응 방향으로 제시했다. 결국 쟁점은 ‘삭감 여부’보다 ‘삭감 기준’에 있다. 집행률이 낮은 사업과 유사·중복 사업은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연내 집행 가능성이 떨어지는 사업도 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교통안전과 재난대응, 아동보호, 취약계층 지원처럼 중단 직후 도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다른 기준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산을 줄이는 것만으로 경기도 재정 문제가 해결되기도 어렵다.
세입 기반을 넓히고 중앙정부의 재정부담을 끌어오는 작업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 이 지점에서 추미애 경기지사의 최근 국비 확보 행보가 주목된다. 추 지사는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 7월24일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을 직접 만나 2027년도 경기도 주요 현안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경기도가 건의한 국비 규모는 4219억원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의 광역버스 준공영제와 특별교통수단 운영, 친환경 2층 전기버스 보급, 소각시설 설치, 전국체전 준비 등 도민 생활과 연결된 사업이 포함됐다.
추 지사는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부가가치세의 25.3%에서 35%로 높이는 방안도 건의했다. 조정교부금 제도 개선과 지역상생발전기금 출연 구조 개선도 함께 제시했다. 국회 설득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추 지사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이광재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만나 2027년도 경기도 주요 국비사업 10건에 대해 총 2446억원의 추가 반영과 증액을 요청했다. 정부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은 노동감독관 인건비 205억원, 지방세·세외수입 체납징수활동지원 48억원, 누리과정 차액 보육료 637억원 등 890억원을 새로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안에 일부 반영된 7개 사업에는 1556억원을 추가해 달라고 건의했다. 추 지사는 이 자리에서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이후 경기도에 남은 인건비 부담 문제도 제기했다. 전국 소방인력의 20% 이상이 경기도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취득세 의존도가 높은 경기도 세원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경기도 차원의 국비 확보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도는 지난 7월 국회에서 경기지역 국회의원실 보좌진을 대상으로 2027년도 주요 국비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철도와 도로, 교통, 보건 분야 등을 중심으로 3조9481억원 규모의 주요 사업을 설명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가 국비를 확보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추 지사가 재정 비상을 선언한 뒤 ‘삭감’만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이 대목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기도는 세출 구조조정과 함께 세입 확충, 세제 개편을 재정위기 대응의 3대 축으로 제시했다. 민선9기 임기 동안 자체 세입을 1조원 이상 추가 확보한다는 목표도 내놨지만 남은 과제는 확보할 재원을 어디에 우선 배분할 것인지다. 추 지사가 중앙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국비 확보에 나서는 동안 도의회는 안전과 민생 분야의 추가 삭감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두 방향은 반드시 충돌하는 문제만은 아니다. 외부 재원 확보를 확대하면 도 자체 재정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그만큼 교통안전과 아동안전, 취약계층 지원 등 도민 체감도가 높은 사업을 지킬 여지도 생긴다. 국가사무 성격이 강한 사업은 중앙정부의 부담을 확대하는 제도 개선도 병행할 수 있다. 경기도 재정 비상은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세출 구조조정은 필요하고 세입 확충도 마찬가지다. 국비 확보에 힘을 쏟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도민의 일상이 직접 흔들리는 상황은 최소화해야 한다. 42조원이 넘는 경기도 예산에서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남길지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재정 정상화와 도민 생활 보호 사이에서 정교한 절충점을 찾는 것이 민선9기 추미애 도정과 경기도의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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