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노동조합이 1968년 창사 58년 만에 처음으로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사내 하청 인력의 직고용 추진과 이에 대한 노조 반발이 맞물린 가운데 파업이 길어질 경우 생산 차질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기 속에서도 노사 상생의 기조를 지켜왔던 포스코의 ‘58년 무분규’ 전통이 이번 사태로 중대한 분기점을 맞게 된 것.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9일 오전 7시부터 48시간 동안 1차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노조가 시한으로 정한 전날 자정까지 양측이 임금 협상에 타결점을 찾지 못한 데 따른 조치다. 파업 대상 사업장은 포항제철소 2전기강판공장 가역식 압연설비(3ZRM) 라인과 광양제철소 산세공장 전 라인이며 파업 참여 인원은 130여 명으로 전체 조합원의 1% 정도이다.
포스코는 쟁의행위 기간에도 조업을 유지해야 하는 핵심 공정은 정상 가동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자동차·조선·건설 등 국내 주요 수요산업 소재와 긴급재는 최우선으로 생산·출하하고 있다”며 “고객사별 재고 현황을 면밀히 파악해 물량을 선행 확보하는 등 비상 조업 대응체제를 가동했다”고 말했다.
◇ 노조 요구액 1.4조 규모…사측 “과도하다”
포스코 노사는 임금·성과 보상, 복리후생 확대를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경영성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명절상여금 2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이를 전면 수용하면 소요 재원이 전년의 두 배 수준인 1조 4000억원에 달한다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업황 악화로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최근 5년간 6조원대에서 1조원대로 4년 만에 73% 감소한 가운데 증권가의 올해 포스코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1조 2000억~1조 3000억 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해 벌어들일 이익을 고스란히 직원 임금 인상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의미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노조안을 모두 반영할 경우 직원 1인당 평균 수령액이 작년 대비 6000만원 가까이 늘어난다. 기본급 인상분 약 700만원, 격려금 2000만원, 우리사주 50주 약 1500만원, 임금 자연 상승분 약 1100만원 등이다. 사측은 지난 3일 본교섭에서 기본급 2.0% 인상과 격려금 350만원, 지역상품권 50만원 등 1인당 약 400만원 규모의 인상안을 냈으나 거부당했다.
사측은 현재 주가와 기본 임금을 단순 적용하면 일회성 보상 요구만 1인당 연 4000만원을 웃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최초 요구안의 1000만원대 중반보다 약 세 배, 실제 타결된 일회성 지급액 700만원보다 약 여섯 배 많아 회사 실적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것이다.
◇ 철강 이익 4년만에 73% 뚝 떨어져…노사 모두 “물러설 수 없다”
포스코 사측에 따르면 철강 산업이 정말 위태롭다며 올해 영업이익도 상반기도 전년 동기 대비 43% 줄었으며, 원자재값은 오르는데, 중국의 저가 철강 공세가 거세지며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에 반전도 쉽지 않다. OECD는 글로벌 철강 초과 생산 능력이 지난해 6억 4000만t에서 2028년 7억 4500만t으로 16% 늘어나 공급 과잉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포스코그룹은 이차전지 소재와 LNG(액화천연가스) 등 신사업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철강이 주력인 포스코는 철강 분야에서 미국·인도·인도네시아 등 해외 생산기지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실적을 나눌 만큼 뚜렷하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철강 업황 악화는 사측 부담을 키우고 있다. 포스코의 상반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487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3.3% 급감했다.
이희근 포스코 사장은 최근 임직원 서한에서 “경영진도 사장 20%, 본부장 15%, 임원 10%의 임금을 반납하며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며 노조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에 노조는 “과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을 때도 사측은 미래 불확실성과 설비 투자를 이유로 정당한 보상을 유보했다”며 “어려울 때만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번 갈등의 기저에는 사내하청 직고용 문제도 자리한다. 대법원의 불법파견 확정 판결 이후 협력업체 인력의 직접 고용이 구체화되자 정규직 조합원들 사이에서 임금·복지 혜택이 희석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임협에서도 직고용에 따른 보상 문제를 함께 다루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올해 요구안 곳곳에 그런 성격의 금액이 녹아 있다”며 “이 때문에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요구 규모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10월 21대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현 집행부가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해 강경 노선을 택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19대·20대를 이끈 현 위원장이 이전 교섭 때처럼 빠른 타결을 우선시 했을 뿐 선거를 의식해 행동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노조는 사측의 전향적인 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16일부터 120시간 동안 2차 부분파업을 강행하고 다음 달에는 전면파업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사측은 노조에 추가 교섭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지만, 대응 체제를 가동해 현재 생산 차질은 없다면서 소통을 이어가겠지만 불법 행위엔 엄정 대응하겠단 입장고 밝힌 반면 노조는 “사측이 파업 철회 없이는 교섭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부분파업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갈등이 장기화해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내 제조업 전반으로 연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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