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포천시 소흘읍 고모리에서 반세기 동안 따스한 시래깃국 한 그릇으로 주민과 행락객의 허기를 달래주던 '포천 욕쟁이 할머니' 고(故) 정의만 여사와 막내아들 홍승표 작가(서예가·현대미술가)의 진한 사모곡이 독립영화로 재탄생해 문화계에 묵직한 울림을 던지고 있다.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93년 생애와 그 곁을 온전히지킨 아들의 기록은 10년에 걸친 다큐멘터리 영화 '욕쟁이 할머니'에 오롯이 담겼다.
■ 어머니의 손끝에서 피어난 예술적 교감
서예와 현대미술을 아우르며 활동해 온 홍승표 감독은 노환으로 세상과의 소통이 잦아들던 어머니의 손에 도화지와 색연필을 쥐여주었다.
쇠약해진 손 근력을 유지하기 위한 자식의 작은배려는 뜻밖의 예술적 결실로 이어졌다.정 여사의 투박한 손끝에서 번져 나온 선과 색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삶의 애환을 원초적인 필치로 화폭에 담아냈다. 아들의 현대적 감각과 어머니의 깊은 서정이 캔버스 위에서 조우한 것이다.
홍 작가는 "훗날 현실을 초월해 어머니를 다시 만나는 순간을 상상하며 작업했다"며 "붓끝을 통해 어머니와 나눈 대화는 단순한 창작을 넘어 숭고한 구도의 여정이었다"고 회고했다.
■ 3년 6개월의 시묘살이, 현대에 던지는 ‘효(孝)’의 화두
모자의 동행은 정 여사의 영면 이후에도 이어졌다. 지난 7일 만난 홍작가는 어머니의 묘소 곁에 움막을 짓고 3년 6개월 동안 시묘살이를 지켰다고 했다. 그리고 시묘살 중 키우던 백구 진돗개와 야생 노루의 싸움을 말리다 목줄에 튕겨 허리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그는 이를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이제 시묘를 거두고 세상으로 나가라"는 어머니의 무언의 당부로 받아들였다. 이 지극한 시묘살이는 사모곡의 마침표이자, 10년의 영화 제작을 완주하게 한 정신적 뿌리가 되었다.
■ 포천의 지역 서사, 세계적 공감대로 승화
개인의 가족사와 헌신적인 효행을 담아낸 이 다큐멘터리는해외 유수 영화제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미국 최대 다큐멘터리 영화제인 뉴욕 다큐멘터리 영화제(DOC NYC) 2025에서 2,300여 편의 출품작 중 한국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경쟁 부문 2위권에 오르며 공식 폐막작으로 상영됐다. 영화제 기간 미국전역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상영도 함께 진행됐다. 당시 DOC NYC의 루스 소말로(Ruth Somalo) 수석 프로그래머는 "기억과 예술을 융합해 세대를 잇는 사랑과 유대를 시적으로 성찰한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캐나다 나이아가라 국제영화제, 미국 파인 아츠 영화제, 리치먼드 국제영화제(RIFF) 등에 연이어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평생 따뜻한 밥으로 타인의 허기를 달래주던 어머니의 온기는 이제 아들의 화폭과 서예, 그리고 스크린을 통해 세계인이 공감하는 문화적 자산으로 거듭났다. 어머니에 대한 효심의 깊은 애환과 진심을 응축한 다큐멘터리 독립 영화 '욕쟁이 할머니'는 오는 11월 4일 전국 메가박스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한편 이 독립영화에 앞서 문화예술나눔공동체 보짱(단장 김윤수)이 제작하고 박정근 감독이 연출했던 '욕쟁이할머니 그림이야기'도 2017년 제10회 서울세계단편영화제에서 다큐부문 최고상인 `다큐멘터리 우수상`을 수상했었다. 25분 분량이다. 홍 작가가 10년에 걸쳐서 직접 연출해 새롭게 제작한 이번 '욕쟁이 할머니'는 75분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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