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소요산 옛 성병관리소 철거를 둘러싼 2년여의 찬반 갈등

오기춘 기자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반대와 보존을 주장하는 천막농성 현장. /사진=오기춘 기자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반대와 보존을 주장하는 천막농성 현장. /사진=오기춘 기자
단식투쟁으로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의 즉각 철거를 주장하는 표지판. /사진=오기춘 기자
단식투쟁으로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의 즉각 철거를 주장하는 표지판. /사진=오기춘 기자
소요산 국민관광지 주차장이 옛 성병관리소 철거를 둘러싼 찬반 갈등의 현장이 돼 있다. /사진=오기춘 기자
소요산 국민관광지 주차장이 옛 성병관리소 철거를 둘러싼 찬반 갈등의 현장이 돼 있다. /사진=오기춘 기자

지난 14일 동두천 소요산 국민관광지 입구. ‘동두천을 사랑하는 여성들의 모임’ 회원과 상인 등 100여 명이 옛 성병관리소의 즉각적인 철거를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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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동두천성병관리소는 국가가 성병 확산을 막기 위해 1973년 설치해 미군 기지촌 여성들을 수용·관리하던 시설이다.

그 맞은 편 철거 반대 농성을 위해 설치한 천막에는 14일 당시 ‘718일’이라는 숫자가 기록돼 있었다.

철거반대공동대책위원회가 아스팔트 위에서 지켜낸 700여 일의 시간은 ‘어두운 역사도 기록돼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보존 운동의 상징이 됐다. 현대사의 아픈 현장을 단칼에 지워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도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그 명분의 그늘 뒤에서 지역사회의 대립과 갈등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깊어지고 있다.

옛 성병관리소 건축물을 둘러싼 찬반 양측의 평행선은 2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어지며 동두천의 미래를 둘러싼 또 하나의 갈등으로 자리 잡았다.

보존을 주장하는 측은 이제 단순히 건물을 남기는 것 이상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옛 성병관리소가 직업여성들의 고통과 아픈 근현대사의 상징이라고 주장해왔다면, 무엇을 기억하게 할 것인지, 누구의 목소리를 담을 것인지, 그리고 그 공간이 시민과 미래 세대에게 어떤 역사적 의미를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필요하다.

역사를 보존한다는 것이 단순히 건물의 외형만 남기는 것으로 충분한가.

그러나 철거 역시 ‘개발’이라는 한 단어만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

임현숙 시의장의 릴레이 철거 단식 투쟁과 시민들의 철거 요구에는 오랜 세월 접경지역 군사도시라는 제약을 안고 살아온 동두천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소요산 종합 개발을 통해 지역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자 하는 요구를 단순히 아픈 과거를 지우는 ‘개발 이기주의’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철거를 주장하는 측에서도 답변을 해야 한다. 철거 이후 무엇을 만들 것인가.

철거가 동두천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면 그 공간에 어떤 새로운 가치가 들어설 것인지, 소요산 관광 활성화와 지역경제에 어떤 구체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시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어느 한 쪽만 답해서는 안 된다.

보존 측은 역사적 가치라는 명분을 넘어 실현 가능한 보존 방안을 제시해야 하고, 철거 측은 개발이라는 명분을 넘어 구체적인 미래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

700여일간 이어진 천막 농성은 단순한 장기적인 시위를 넘어 동두천 지역사회의 깊은 갈등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소요산 국민관광지를 찾는 방문객들에게도 갈등의 현장으로 비칠 수 있고, 시민들과 인근 상인들의 피로감 역시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 공간을 둘러싼 논쟁이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논쟁을 넘어,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적대하는 갈등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는 기억돼야 한다.

그러나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이 반드시 건물 자체를 남기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개발 역시 과거의 흔적을 지우는 것만으로 미래를 만들 수 없다.

결국 필요한 것은 철거냐 보존이냐의 이분법이 아니다.

보존해야 할 역사와 새롭게 만들어야 할 미래를 어떻게 한 공간 안에서 조화시킬 것인가.이것이 지금 동두천이 답해야 할 질문이다.

700여일의 천막 농성과 6일째 이어지는 단식 투쟁이 더 이상 갈등의 시간을 늘리는 숫자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찬반 양측 모두 이제 감정과 진영 논리에서 한 발짝 물러서야 한다.

보존이라면 역사적 가치를 시민에게 돌려줄 방법을, 철거라면 동두천의 미래를 바꿀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갈등을 넘어 동두천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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