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전쟁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에는 경쟁보다 협치가 우선돼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의 갈등과 감정은 뒤로하고 지역 발전과 시민의 삶을 위한 해법을 함께 모색하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정치의 본질이다.
하지만 지난 6·3지방선거를 통해 구성된 제10대 남양주시의회의 모습은 시민들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전반기 원 구성이 아직도 마무리되지 못한 채 사실상 멈춰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의회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지방자치의 출발점이다. 무엇보다 시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생활 정치를 실현해야 하는 기관이다. 그런데도 기초의회가 중앙 정치의 대립 구도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은 지방자치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게 만든다.
최근 지역 정치권에서는 원 구성 협상이 장기화된 배경에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만약 중앙 정치의 이해관계가 기초의회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수준까지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다.
시민들이 정치권에 기대하는 역할은 분명하다. 중앙 정치는 국회의원이, 광역 정치는 광역의원이, 기초단체 지역 정치는 기초의원이 책임져야 한다. 기초의회는 중앙정치의 대리 전장이 아니라 시민의 생활 현안을 해결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남양주시의회의 파행과 관련해 SNS와 지역사회에서 나오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어느 한 정당만을 탓하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다. 원 구성 실패의 책임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비판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차가운 눈총은 양당 모두를 향하고 있다.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자리다툼 경쟁이 길어질수록 시민들의 실망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의석수 단 한 석 차이의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는 사이, 시민들이 기대했던 민생과 의정 활동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실학정신과 목민정신을 도시의 가치로 삼고 있는 남양주에서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더욱 개탄스럽다. 시민을 위한 행정을 강조해 온 도시에서 시민을 대표하는 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그 상징성 또한 퇴색될 수밖에 없다.
남양주시의회의 파행은 특정 정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자치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정당의 논리보다 시민의 뜻이 우선해야 한다. 기초의회가 중앙정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시민과 지역사회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지금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어느 정당의 승리가 아니다. 하루빨리 의회를 정상화하고 시민과의 약속을 실행해나가는 책임 있는 정치다.
남양주시의회 파행 사태는 지방의회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다시 묻는다. 기초의회의 주인은 정당이 아니라 시민이다.
지방자치는 정당을 위해 존재하는 제도가 아니다. 시민이 맡긴 권한을 시민을 위해 사용하는 것, 그 가장 단순한 원칙을 회복할 때 남양주시의회도 제 역할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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