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김종대 기자] “얼마전까지는 대기할 때 다들 시동을 켜놨는데 지금은 세우자마자 바로 끕니다” 지난 12일 만난 화물차 운전자 김모(50대)씨는 “기름 한 방울이라도 아끼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3일에 한 번 600ℓ 정도를 주유하는데 ℓ당 200원 올라(12일 기준) 하루 약 6만원이 더 들고 있다”며 “운행할수록 부담은 커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건설 현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아스팔트 공사 중장비를 운전하는 이모(60대)씨는 “예전에는 파손 구간 주변까지 넓게 보수 작업을 했지만, 지금은 자재 부담 때문에 파손된 부분만 최소한으로 교체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일거리도 줄고 쉬는 날이 늘어 수입 감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이 오랬 동안 장기간 지속되면 큰일”이라고도 했다.
중동 지역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물류와 건설, 농업 등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유류비 상승은 운송비와 물류비를 끌어올리고,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와 비료 수급 불안으로 이어지며 생활물가 부담까지 자극하는 양상이다.
현장 부담이 커지자 ‘아끼고 버티는’ 대응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는 차량 5부제를 실시하는 등 운행 자체를 줄이는 조치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자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절감 아이디어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경기도 군포시는 시청사와 의회 시설 등을 대상으로 에너지 진단을 실시하고 공무용 차량 운행 관리까지 강화하고 있다. 전기차 우선 배차와 정속 주행은 물론, 공기압 점검과 단거리 운행 시 연료 절반만 주유하는 방식까지 도입해 유류 사용 절감에 나섰다.
농업 분야에서도 ‘적정하게 쓰는 방식’의 대응이 확대되고 있다. 파주시와 시흥시는 농업인을 대상으로 무료 토양검정을 실시하고 비료사용처방서를 제공해 필요한 만큼만 비료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비료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 속에서 농가 경영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필수 자원 확보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시흥시는 요소수 수급 불안에 대비해 관내 기업과 협약을 체결하고 위기 발생 시 공급 물량을 우선 배정받는 체계를 구축했다. 경유 차량 운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이다.
유통 단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시흥시는 과대포장과 재포장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서 플라스틱 등 석유 기반 자원의 낭비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원자재 수급 불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비용 상승 요인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정부 차원의 대응도 병행되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중동 지역 등을 방문한 뒤 16일 기자회견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원유 2억7300만 배럴과 나프타 최대 210만 톤 확보 성과를 설명했다. 정부는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한 자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정부는 26조2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추경에 따라 소득 기준 하위 70%에 해당하는 약 3256만명에게 1인당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60만원의 ‘고유가 피해 지원금’이 지급되며, 해당 사업에는 4조8000억원이 배정됐다.
정치권에서도 고유가 부담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조용술 대변인은 대한항공의 5월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편도 기준 최대 56만원을 넘어선 점을 언급하며 “국민이 사실상 ‘유류할증료 폭탄’을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운송비 상승이 물가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민생 중심 대응을 촉구했다.
중동발 유가 상승 여파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는 자원 확보에, 지자체와 현장은 절감과 효율 중심 대응에 나서는 ‘아끼기 경제’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다만 국제 유가와 공급망 상황이 외부 변수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현재 대응은 충격을 완화하는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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