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송석원 기자] [편집자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대중화된 지 약 3년이 지난 가운데, 기술은 빠르게 사람들의 일상과 행정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글쓰기와 이미지 생성, 식단 설계, 작명 등 개인의 생활 영역을 넘어 민원 응대와 공직자 교육 등 공공 영역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흐름이다. AI는 더 이상 일부 전문가의 도구가 아닌, 누구나 사용하는 생활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편리함과 함께 정보 신뢰성, 비용 부담, 활용 격차 등 새로운 과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 “‘이서’가 셋?”…이름까지 닮아간다
지난달 용인 에버랜드 사파리에서 같은 이름이 반복으로 불렸다. “이서!” 잠시 뒤 또 “이서!” 그리고 다시 “이서!”
현장에서 같은 이름이 이어지자 부모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나왔지만,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흐름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최근 일부 부모들이 아이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면서 비슷한 음절과 어감을 가진 이름이 반복적으로 추천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AI에 조건을 입력해 이름을 짓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과거 작명소를 찾거나 가족 의견을 중심으로 이름을 정하던 방식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이서’라는 이름은 이미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이름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이름을 짓는 방식 자체가 알고리즘 기반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유행 이상의 변화로 읽힌다.
30대 이서엄마 김모씨는 어린이집이나 놀이공원을 가면 이서라는 이름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이서 역시 AI와 상의 끝에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 “사진도 AI로 바꿨다”…이미지 생산 방식 변화
굳이 AI 사용이 필요 없을 것 같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활용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천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50대) 씨는 최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기존 사진이 아닌 AI가 생성한 이미지였다.
김 씨는 “그냥 사진을 넣는 것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촬영 중심이던 이미지 생산 방식이 생성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전문 기술 없이도 누구나 자신의 사진을 기반으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시대다. 생활 곳곳에서 AI는 이렇게 사용되고 있다.
# “식단 AI가 정한다”…생활 결정까지 개입
AI는 식생활에도 깊숙이 들어왔다. 약 4개월 전 수원에 사는 김모(60대) 씨는 식단을 AI와 대화하며 상의하기 시작했다. 아침 메뉴부터 영양 구성까지 묻고 그대로 따르는 방식이다.
삶은 계란과 살짝 데친 브로콜리, 당근, 가지에 생들기름을 곁들이고 과일을 더한 식단을 약 3개월 유지한 결과 체중이 약 4.5kg 줄었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단순히 식단 추천에 그치지 않고, 어떤 차를 마실지까지 AI에 묻는다. 커피 대신 녹차가 나은지, 말차라떼를 마실 경우 우유 대신 두유로 바꾸는 것이 좋은지 등을 상담하듯 대화를 이어간다.
또 녹차는 티백 대신 찻잎을 직접 우려 마시는 방법, 물 온도와 우려내는 시간, 찬물로 우려 마시는 방식까지 AI의 조언을 참고하고 있다. 김 씨는 “이제는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기보다 AI에 먼저 묻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AI는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개인의 생활 선택 과정 전반에 개입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 스포츠 규칙까지 AI에 묻는다…판단 기준 변화
수원의 한 스크린골프장에서 경기 중 규칙 해석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 일행 중 한 명이 “AI한테 물어보자”고 했고, 상황은 AI 답변으로 정리됐다.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던 방식에서 나아가, 판단 기준 자체를 AI에 맡기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 “나는 안 쓴다”…확산 속도, 체감은 다르다
모두가 AI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여주에서 화물차를 모는 이모(50대 후반) 씨는 “굳이 사용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신문사 직원 A씨도 “조금 써봤지만 만족도가 낮아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AI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사람에 따라 사용 여부와 체감 수준에는 여전히 차이가 존재한다.
# 행정도 AI 도입…‘교육→ 업무’로 확산
이 같은 변화는 공공 영역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수원특례시는 시민과 공직자를 대상으로 AI 교육을 추진 중이다. 올해 교육 대상은 약 4만명 규모다.
공직자 교육은 의무화되고, AI 활용 성과에는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관련 사업비는 49억원이다.
고양특례시는 한발 더 나갔다. 지난 6일부터 ‘AI 당직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야간 민원이 들어오면 AI가 먼저 응대한다. 민원 내용 기록부터 담당 부서 안내, 문자 통보까지 전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긴급 상황만 공무원에게 연결된다.
시는 반복 민원과 장시간 통화를 AI가 처리하면서 공무원 업무 부담 감소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고양시는 공직자 대상 AI 교육도 강화했다. 보고서 작성과 데이터 분석, 엑셀 자동화, 콘텐츠 제작 등 실무 중심 교육이 진행된다. 총 10개 과정, 30회 운영된다.
# 경기불황 속 월 20달러…‘AI 비용’ 현실화
AI는 이제 무료 도구만은 아니다. 일부 생성형 AI 서비스는 월 약 20달러의 구독료가 발생한다. 더 정확하고 빠른 기능을 쓰기 위해 유료 서비스 이용이 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돈을 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주에서 화물차를 운전하는 김모(50대 후반) 씨는 “요즘 달러도 비싼데 20달러면 부담이 된다. 굳이 배워서 사용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 편리함 뒤 그림자…의존·오류는 주의해야
AI는 편리하지만 완벽하지 않다. 잘못된 정보를 사실처럼 제시하는 사례도 있고, 과도한 의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AI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AI는 이미 생활을 넘어 행정까지 들어왔다. 문제는 기술이 어디까지 왔느냐가 아니다. 우리가 어디까지 맡길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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