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벚꽃이 전하는 메시지

김완수 기자
김완수 국제사이버대 교수(前 여주시농업기술센터 소장)
김완수 국제사이버대 교수(前 여주시농업기술센터 소장)

식목일인 지난주 일요일, 삼형제 부부는 봄철 꽃 나들이를 하였다. 수원특례시 권선구 고색·오목천 지역의 황구지천변 벚꽃길은 만개하여 그 아름다움에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다. 아름답게 벚꽃길을 가꾸어 준 관계 당국과 관계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이곳뿐 아니라 이 시기에는 온천지가 벚꽃 등 봄꽃들로 만발하고 있다. 특히 이곳의 벚나무는 수양벚나무로 관상 가치가 더욱 뛰어났다. 보통 벚나무는 가지가 위로 뻗는 경향을 가진 것에 비해, 수양벚나무는 버드나무처럼 긴 가지가 축축 늘어져서 자란다. 잘 자란 수양벚나무는 가지 끝이 사람 키보다 더 낮게 내려오기 때문에, 개화기에 꽃을 얼굴 가까이서 즐길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이곳에서도 일부 관람객들이 벚나무 가지를 살짝 잡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광명시청_메인중앙하단_260824
안성시청_바우덕이축제_메인 하단_260908

○ 겨우내 참았던 생명력을 일시에 터뜨리며 '선(先) 개화 후(後) 전엽'의 특성을 지닌 나무

벚나무(Prunus jamasakura)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성 교목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등지가 원산지이며 야생종을 포함해 4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봄에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 화려한 경관을 연출하는 대표적인 조경수이다. 자갈색 껍질이 가로로 벗겨지며, 약 20m까지 자란다. 꽃은 4월에 흰색 또는 연분홍색으로 피고, 6~7월에는 붉은색에서 검은색으로 익는 열매(버찌)가 열린다.

벚나무는 자생력이 아주 뛰어나다. 팔만대장경판의 절반 이상이 벚나무 재질임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껍질도 매우 질겨서 조선 시대에는 주력 무기인 각궁을 만들 때 벚나무 껍질로 겉면을 감아 마무리했다. 또한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에도 "함경도에선 초가 대신 벚나무 껍질로 지붕을 만드는데, 한 번 뿌리를 내리면 여간해서 벗겨지지 않는 탁월한 응집력에 감탄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목재로서의 가치가 우수하다. 결이 아름답고 단단하여 가구나 식기로도 애용되었다. 잘 마른 상태에서는 웬만한 가정용 톱으로는 잘리지 않고, 옹이에 걸리면 대패 이가 빠질 만큼 강도가 높다. 환경이 척박한 도심에서도 잘 적응하여 가로수로도 사랑받는다.

벚꽃은 식물학적으로 매우 독특한 특성을 갖는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 나무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꽃다발처럼 보이는 시각적 압도감을 선사한다. 또한, 한 송이씩 지지 않고 꽃잎 전체가 바람에 날려 ‘꽃비’가 되어 내리는 모습은 사람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벚꽃의 가장 큰 특징은 '동시성(Synchronicity)'에 있다. 특히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왕벚나무(Prunus × yedoensis)는 접목을 통해 번식하기에 유전적으로 동일한 '클론(Clone)'인 경우가 많다. 덕분에 기온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약속이라도 한 듯 도시 전체가 하룻밤 새 연분홍빛으로 물드는 장관을 연출한다.

하지만 이 화려함은 지독히도 짧다. 만개 후 불과 일주일, 벚꽃은 꽃잎과 꽃받침 사이의 연결층인 '이층(離層)'을 스스로 형성하며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낙화를 택한다. 송이째 툭 떨어지는 동백이나 시들어 추해지는 여타의 꽃들과 달리, 벚꽃은 바람 한 점에도 기꺼이 몸을 날려 '꽃비(花雨)'가 된다. 이 짧고도 강렬한 '찰나의 미학'은 보는 이로 하여금 삶의 무상함과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이러한 생태적 경이로움과 정서적 울림이 있었기에, 벚꽃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보편적인 '봄의 전령사'가 될 수 있었다.

○ ‘흩어짐’의 속성은 벚꽃을 전 세계로 퍼뜨리는 원동력이 되었다.

최근 읽은 ‘흩어짐(저자: 제시카 J. 리)’이라는 책을 보니 일본의 벚꽃 세계화 사례가 소개되어 있었다. 일본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벚나무를 선물하는 외교전을 펼쳤다. 한국과 대만 등 점령지 곳곳에 벚꽃을 심어 정체성을 심으려 했던 의도도 있었으나, 1912년 미·일 우호의 상징으로 워싱턴 포토맥 강변에 전달한 3000그루의 나무들은 현재 매년 수백만 명이 찾는 세계적 축제로 자리 잡았다.

1959년에는 캐나다 토론토에 2000그루를 선물했고,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일본의 한 방송사는 ‘벚꽃 캠페인’을 통해 약 1만 그루의 벚나무를 베를린에 기증했다. 과거 분단의 상징이었던 ‘데스 스트립(Death Strip)’ 지역에 심어진 벚나무들은 이제 매년 봄 평화의 산책로가 되어 시민들을 맞이한다. 2019년에는 영국 런던 왕립공원 곳곳에도 6000그루 이상이 식재됐다고 한다.

이렇듯 일본은 벚꽃을 단순한 꽃이 아닌 자국의 정체성을 담은 문화 브랜드로 치밀하게 관리해 왔다. 자국 내 왕벚나무를 개량하고 이를 외교적 선물로 활용하며 '벚꽃 = 평화와 우정'이라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것이다. 이는 꽃을 매개로 거부감 없이 자국의 문화를 전파한 성공적인 국가 마케팅 사례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 역시 진해, 여의도, 경주 등 세계적인 벚꽃 군락지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 일제강점기의 잔재라는 아픈 시각도 존재했으나, 제주 왕벚나무가 우리 자생종임이 밝혀지고 벚꽃 놀이가 보편적인 시민 문화로 정착하면서 이제 벚꽃은 특정 국가의 전유물이 아닌, 인류 공통의 봄 전령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봄이 오면 세상은 연분홍빛 함박눈에 갇힌다. 짧게 피어 화려하게 흩어지는 벚꽃의 습성은 예부터 ‘무상함’과 ‘찰나의 아름다움’을 상징해 왔다. 하지만 현대 역사 속에서 벚꽃은 단순히 자연의 섭리를 넘어, 국가 간의 마음을 잇고 경계를 허무는 강력한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상징으로 진화했다. 벚꽃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넘어 인류가 갈망하는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실어 나르는 매개체가 되었다. 베를린의 장벽 위로 흩날리던 연분홍 꽃잎처럼, 우리 삶의 갈등도 벚꽃의 포용력으로 녹여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수원특례시의회_08 (265x118)
260623_인천도시공사

저작권자 © 중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 기사

0개의 댓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