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 법원이 지목한 ‘고의적 위법’ 행위의 무게, 사과없는 김미경 연천군의장 오만으로 읽힌다

오기춘 기자
​​​​​​​당사자와 군민에 사과 없는 출마, 책임 정치 실종… ‘낡은 정치의 민낯’ 지탄
오기춘 기자
오기춘 국장

정치인의 과오는 때로 행정적 미숙이나 판단 착오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얻곤 한다. 하지만 법의 엄중한 잣대로 들여다본 실체가 ‘고의성’을 가리키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김미경 의장의 합격자 임용 거부 사안에 대해 최근 법원이 내린 판단은 엄중하다. 이는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정당성을 상실한 사유로 한 개인의 삶을 흔든 ‘권한 남용’임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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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지목한 ‘고의적 위법행위’의 무게

판결문의 방향은 명확하다. 재판부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혐의없음)으로 임용 거부 사유가 소멸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용을 계속 가로막은 점, 행정심판법에 따른 재결 이후에도 이를 바로잡지 않은 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특히 법원은 일정 시점 이후의 행위를 사실상 ‘고의적인 위법행위’로 판단했다. 이쯤 되면 문제의 본질은 ‘착오’가 아니라 ‘의도’다.

임용권자에게 부여된 인사권은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칼이 아니다. 공정과 절차에 따라 공익을 실현하라고 잠시 맡겨진 제도적 권한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서 확인된 인사권의 행태는 특정인을 끝까지 막아 세우는 도구로 변질되어 있었다. 법원은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뿐 아니라 위자료까지 인정한 것은, 이 사안이 한 군민의 명예와 생계, 심리에 실질적이고 깊은 상처를 입혔음을 방증한다.

사과 없는 정치가 만드는 ‘정치 혐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판결 이후의 태도다. 사법부에 의해 위법성이 확인되고 구체적인 피해가 특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통하거나 당사자에 대하여 진심 어린 사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판결문에는 ”피고 김미경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원고에 대한 임용을 거부한 잘못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 김미경은 위와 같은 불법 행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다. 개인의 오만과 고집으로 발생한 배상 책임이 결국 군민의 혈세 낭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그 경제적 책임 또한 엄중히 물어야 한다.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삶이 멈춰버린 피해자의 고통보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먼저 계산하는 모습에 지역사회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잘못이 확인됐다면 고개를 숙이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피해가 발생했다면 책임을 말하는 것이 정치인의 기본이다. 하지만 당사자에 사과 한마디 없이 다시 유권자 앞에 나서는 행보는 군민의 상식과 법원의 판단을 경시하는 ‘오만’으로 비칠 뿐이다. “버티면 그만”이라는 식의 태도는 군민들로 하여금 정치 자체를 불신하고 혐오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 된다.

군민들은 ‘낡은 정치의 민낯’을 거부한다

물론 법적 다툼은 상급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법적 절차와 별개로 정치적·도덕적 책임은 이미 발생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출마 선언이 아니라, 자신이 행사한 권력이 왜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는지에 대한 처절한 자기반성과 대군민 해명이다.

사과 없는 출마는 소신이 아니라 욕심에 가깝다. 군민 앞에 책임 없는 도전은 용기가 아니라 정치가 군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권력을 책임보다 앞세우는 낡고 위험한 정치의 민낯은 결국 지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판단은 군민의 몫으로 나타날 것이다. 법원이 위법하다고 본 권한 행사를 저지르고도 당사자에 사과 없이 표를 요구하는 정치인을 용인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우리 지역 정치의 품격과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책임지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오만해지며, 그 피해는 결국 평범한 군민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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