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 행정광고는 시장의 ‘통치 자금’이 아니다

오기춘 기자
​​​​​​​‘협조성’ 잣대 내세운 행정광고… 언론 길들이기 위험 지자체 언론 길들이기, 언론재단의 권고 기준 마련돼야
오기춘 기자
오기춘 국장

지난 10일 한 언론 보도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지방자치단체 행정광고 집행 기준에 ‘협조성(시정 기여도)’이라는 항목이 거론된 것이다. 이를 접한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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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논란이 얼마나 갈지도 의문이다. 시정에 얼마나 우호적인지에 따라 광고비를 차등 지급하겠다는 구상, 겉으로는 효율적인 홍보 전략처럼 보일 수 있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권력에 우호적인 매체에는 광고를 주고, 비판적인 매체에는 광고를 끊겠다는 사실상의 언론 길들이기다.

행정광고 예산은 단체장의 호의로 나눠주는 쌈짓돈이 아니다. 시민의 혈세로 마련된 공적 자산이며 정책 정보를 전달하고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사용되는 예산이다. 이를 ‘협조성’이라는 모호한 잣대로 배분하겠다는 발상은 공금을 권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광고 집행이 가능하다”는 식의 조항이다. 최소한의 객관적 기준마저 권력자의 자의적 판단에 맡기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비판적인 언론에는 경제적 압박을, 우호적인 매체에는 광고비를 배분하는 구조는 결국 지방권력에 의한 ‘언론 관리 시스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공직사회의 인식 역시 우려스럽다. 정보공개 청구로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를 광고 제한 근거로 언급한 사례까지 거론된다. 시민과 언론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행정의 부담으로 보는 태도는 공직사회의 기본 인식을 의심하게 만든다. 감시를 불편해하며 기준을 만들어 솎아내려는 발상은 행정 권력의 민낯을 드러낸다.

언론의 본분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데 있다. 행정광고가 비판의 대가로 거래되는 순간 지역 언론은 위축되고, 그 피해는 결국 시민에게 돌아간다. 권력의 홍보만 넘치는 지역사회에서 시민의 눈과 귀는 가려질 수밖에 없다.

이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행정광고 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할 기준 마련에 나서야 한다.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언론 통제에 언론진흥재단에서의 표준화된 가이드라인과 투명한 모니터링 체계와 권고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행정광고는 언제든 권력의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

행정광고는 권력에 대한 ‘협조’의 대가가 아니라 시민을 위한 정보 전달 수단이다. 혈세로 집행되는 광고가 권력의 홍보비나 언론 통제 수단으로 변질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행정광고의 주인은 시장이 아니라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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