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은 늘 큰 그림을 말한다. 미래 전략, 산업 전환, 도시 경쟁력. 그러나 시민이 체감하는 행정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 “그래서 내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가”란 질문 앞에서 인천광역시의 최근 성과는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하다. 인천이 행정안전부 ‘2025년 지방정부 혁신평가’에서 광역 부문 최우수기관에 선정됐다. 전국 17개 시·도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은 것이다.
이 평가는 단순한 내부 평가가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방정부의 혁신 역량과 성과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우수기관을 선정하는 국가 단위 평가다. 인천은 광역 평가군에서 ‘최우수’라는 최고 등급을 받았다. 행정안전부는 우수기관에 정부포상을 수여하고, 이번 평가에서 발굴된 우수 혁신사례를 모든 지방정부에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의 정책이 전국 공유 대상 사례로 제시됐다는 의미다. 지방정부의 실험이 중앙정부 평가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은 결코 작지 않다.
이번 평가에서 주목받은 것은 ‘천원정책 시리즈’다. 천원주택, i-바다패스, 천원 문화티켓, 천원택배, 천원의 아침밥. 주거·교통·문화·물류·식비 등 생활의 기본 영역을 1000원이라는 상징적 가격으로 묶었다. 정책 구조는 복잡하지 않다. 현금을 지급하는 대신, 시민이 실제로 지출하는 비용을 직접 낮춘다. 행정이 시민의 지갑을 건드리는 방식이다.
정책의 힘은 단순함에서 나온다. 1000원이라는 숫자는 기억하기 쉽고, 설명하기 쉽다. 그래서 전달력이 높다. 행정이 복잡해질수록 시민과의 거리는 멀어진다. 반대로 단순할수록 각인된다. ‘천원’이라는 상징은 정책을 브랜드처럼 인식하게 만들었고, 생활 속 체감으로 이어졌다. 정부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 접근이 일정 부분 설득력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상징은 시작일 뿐이다. 정책의 가치는 시간이 증명한다. 재정은 지속 가능한가. 지원의 기준은 충분히 공정한가. 혜택이 특정 계층에 치우치지 않는가. ‘천원’이라는 숫자가 주는 인상은 강렬하지만, 제도적 안정성과 형평성은 별도의 문제다. 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정책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번 결과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방정부의 생활 밀착형 정책도 국가 단위 평가에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혁신은 거대한 조직 개편이나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일상의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인천은 보여줬다.
행정의 신뢰는 거창한 약속보다 작은 변화에서도 쌓인다. 시민이 체감하는 숫자 하나가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기도 한다. 천원의 힘은 적어 보이지만, 그 파장은 작아 보이지 않다. 이제 남은 질문은 단 하나다. 이 실험을 얼마나 오래, 얼마나 책임 있게 이어갈 것인가. 정책은 수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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