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건조특보가 전국을 덮은 시기, 산불 대응의 최고 책임자가 음주운전 논란에 휩싸였다는 사실은 가볍지 않다. 이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재난 대응 체계 전체의 긴장도를 떨어뜨리는 사안이다. 현장에서 생명을 걸고 불길과 싸우는 대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리더십과 수장의 절제와 책임감이다.
산불 대응은 “기초자치단체-산림청-행정안전부”로 이어지는 다층 구조다. 그러나 전문성과 정책 설계의 중심축은 산림청이다. 예방과 인프라 구축의 방향을 제시하는 곳 역시 산림청이다. 그렇기에 수장의 처신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정책 신뢰의 문제다.
30년 전 동두천의 기억
1996년 4월, 동두천 걸산동 산불 현장에서 해당 산림직 공무원과 공익요원 6명, 총 7명이 진화 중 목숨을 잃었다. 산불 진화는 행정 행위가 아니라 생명을 담보로 한 사투임을 각인시킨 사건이었다. 그 비극 이후 우리는 무엇을 바꾸었는가.
대형 산불은 이제 예외적 재난이 아니라 반복되는 구조적 위험이 되었다. 기후위기, 강풍, 건조화, 도시 인접 산림의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진화 역량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패러다임을 사후 대응에서 적극적인 사전 예방으로 전환해야 한다.
임도와 간벌,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전략적 임도 확충은 골든타임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다. 임도는 단순한 도로가 아니라 초기 진입로이자 방화선이며 장비와 인력의 생명선이다. 환경 훼손 논란을 이유로 멈춰 서는 것도, 전면적 중단도 답이 아니다.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우선순위 설정과 표준 설계, 유지관리 법제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드론·위성 기반 조기 탐지 체계 고도화, 산림 간벌 구간 확대, 취약 산림에 대한 위험도 등급화와 집중 관리 역시 더 미룰 수 없다. 재난특별회계 확대와 국회 차원의 제도 정비도 뒤따라야 한다.
리더십은 현장에서 증명된다
산불은 다층적 책임 구조 속에 있지만 정책 방향과 전문 통제의 중심은 산림청이다. 현장의 긴장감은 수장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재난 앞에서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메시지가 아니라 예방에 대한 일관된 투자와 현장을 존중하는 리더십이다.
그리고 산불 예방에 대한 홍보와 산불 진화 중 희생한 이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추모와 제도 개선이다. 잘못된 산림 정책에 대한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산불 앞에서 공직의 진정성은 ‘음주’가 아니라 ‘예방’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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