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21일 오전 11시40분, 인천 월미도 선착장. 출항을 기다리는 뉴코스모스 유람선 갑판 위로 신나는 음악이 끊이지 않았다. 미리 탑승한 관광객들은 손에 새우깡을 들고 갈매기를 불러 모았다. 말 그대로 ‘새우깡을 먹기 위해’ 몰려든 갈매기 떼가 하늘을 덮었다. 과자가 허공을 그리는 순간, 수백 마리 갈매기가 낮게 원을 그리며 날아와 낚아챘다.
그런데 더 많은 갈매기를 끌어당긴 것은 봉지 속 과자가 아니라 굵은 멸치였다. 갈매기들은 새우깡을 스치듯 지나 멸치를 든 관광객 쪽으로 더 몰려들었다. 바다 위 작은 먹이 경쟁이 웃음을 만들었고, 갑판 위에서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이 음악과 섞였다.
갑판에 서면 운행 중인 월미바다열차가 한눈에 들어왔다. 바다 위 유람선과 레일 위 열차가 같은 풍경 안에 겹쳤다. 선내 방송에서는 1층 공연장에서 마술공연과 라이브 가수 공연이 준비돼 있다는 안내가 이어졌다. 대인 1인당 요금은 18000원. 월미도를 출발해 작약도와 청라·영종 일대를 조망한 뒤 회항하는 약 1시간20분 코스다.
오전 11시43분, 예정보다 3분 늦게 뱃고동이 울렸다. 배가 선착장을 밀어내자 직원은 승객들이 흘린 새우깡을 곧바로 치웠다. 토요일 오전 첫 항차라 그런지 선내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바람은 제법 불었지만 체감은 크게 차갑지 않았다. 멀리 인천대교가 있는 바다 쪽은 다소 뿌옇게 보였다.
출항 전에는 긴 안전수칙 안내가 이어졌다. 선내에서 뛰어다니거나 난간에 매달리지 말 것, 해수면에 오물이나 부유물을 버리지 말 것, 먹이를 찾아온 갈매기의 배설물을 조심하고 만지거나 잡지 말 것, 설비를 손대거나 파손할 경우 처벌 및 배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경고까지 방송은 세세했다. 유모차 등 바퀴 달린 제품은 계단에서 사용하지 말라는 당부도 포함됐다. 뉴코스모스호는 금연구역이며 적발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안내, 과도한 음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주류 반입·판매를 제한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비상시를 대비한 안전장비 안내도 구체적이었다. 구명조끼는 총 900개가 준비돼 있으며, 1층 공연장 내 좌우 측면과 출입구 쪽 보관함, 2층은 공연장 무대 뒤편과 좌우 측면 보관함에 비치돼 있다는 설명이었다. 음악과 웃음이 흐르는 갑판 위에서, 안전은 방송 속 문장으로 차분히 자리를 잡았다.
출발 11분 뒤인 오전 11시54분께 좌측 해상에 작약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월미도와 영종도 사이에 자리한 작은 무인도. 바다 위에 낮게 엎드린 바위섬처럼 보였다. 한때 이 섬에 작약이 자생했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인천항을 드나드는 배들이 오가던 길목에 놓여, 오랜 시간 바다의 기준점처럼 존재해 온 섬이라는 설명이 덧붙었다. 교량과 발전소 굴뚝 사이에서 작약도는 개발과 산업의 풍경 속에 남아 있는 자연의 흔적처럼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반대편에는 인천 화력발전소 굴뚝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관광의 바다와 산업의 바다가 한 화면에 겹쳤다.
이내 ‘지난 1월 개통한’ 것으로 소개된 청라하늘대교가 시야에 들어왔다. 차량 통행뿐 아니라 보행 공간과 전망 기능을 갖춘 교량으로 안내됐다. 안내 방송은 다소 빠르게 지나갔지만, 낮 12시7분 다리 아래를 통과하는 순간만큼은 승객들의 시선이 위로 모였다. 교량 상부 보행 공간에는 풍경을 내려다보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낮 12시13분께는 영종대교가 이어졌다. 철제 구조물이 바다 위로 길게 뻗어 있었다. 직원들은 수시로 선내를 오가며 안전을 확인했고, 난간에 기대 선 승객에게는 조심하라는 안내가 반복됐다. 출항 전 길게 이어졌던 안전수칙 방송이 괜히 길었던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낮 12시27분, 영종대교 인근 범섬을 옆에 두고 뱃머리가 돌아갔다. 다시 월미도로 향하는 길. 같은 항로였지만 돌아오는 풍경은 달랐다. 음악은 여전히 이어졌고, 갈매기들은 한층 느슨해졌다. 출발이 3분 늦었던 배는 도착도 3분 늦은 오후 1시3분, 선착장에 닿았다.
하선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각기 달랐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다음 목적지’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세 살, 여섯 살 아이 둘을 데리고 탑승한 젊은 부부는 내리며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에 가서 자장면을 먹을 거”라고 말했다. 월미도에서 약 3km 남짓 떨어진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이들은 여전히 갈매기 이야기를 손짓으로 이어갔다.
배에서 내린 승객들은 연인, 가족, 친구, 어르신, 외국인 관광객까지 다양했다. 하선 직후 매표소는 다음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른 시간의 여유와 정오 무렵의 활기가 교차했다.
음악과 갈매기, 교량과 발전소, 그리고 구명조끼 900개라는 숫자까지. 1시간20분 동안 인천 앞바다는 관광과 산업, 안전이 나란히 흐르는 공간이었다.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갑판 위 풍경은 더욱 붐빌 것으로 보인다. 3월부터는 주말 저녁 불꽃크루즈도 운영될 예정이다.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