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에서 또다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발생 건수는 이미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경기도에서도 포천 두 건, 안성·화성 각 한 건 등 네 차례 확진이 확인됐다. 수도권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한 번의 유입은 곧 대규모 살처분과 농가 피해로 이어진다. 방역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고양시가 최근 3년간 AI·ASF·럼피스킨·구제역 등 주요 가축전염병 ‘발생 제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ASF는 백신이 없고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질병이다. ‘제로’라는 숫자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렇다면 그 배경은 무엇인가.
고양시는 그 답을 ‘스마트 방역’에서 찾고 있다. 축산차량 GPS 실시간 위치 추적, 이동 경로 빅데이터 관리, 농장 주변 CCTV 활용, 시설 진입 경고 시스템 운영 등 정보통신기술을 방역 전면에 세웠다. 질병 전파의 상당 부분이 농가 방문 차량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근거로 차량 이동을 촘촘히 관리하고, 역학조사 시간을 단축해 초기 확산을 막았다는 설명이다. 눈에 보이지 않던 이동 경로를 데이터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방역 행정의 방식이 달라졌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현장 대응도 병행했다. 민간 임상 수의사를 위촉해 구제역 백신 접종과 항체 검사를 직접 수행하고, 항체 형성률을 97%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겨울철 특별방역 기간에는 3중 차단망을 가동하고 철새도래지 인근까지 방제 차량을 투입한다. 바이러스가 농장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외곽에서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냉정한 시선도 필요하다. 고양시는 전국 최대 축산 밀집지역은 아니다. ‘발생 제로’가 전적으로 스마트 시스템 덕분인지, 지역적 여건의 영향은 없는지 점검은 뒤따라야 한다. 방역은 결과로 말하지만, 그 결과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한 번의 빈틈이 모든 기록을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설 연휴는 사람과 차량의 이동이 급증하는 시기다. 귀성·귀경 차량과 물류 이동이 늘어나면 가축전염병 유입 위험도 함께 커진다. 농가 방문 자제, 축산시설 출입 통제, 철저한 소독 등 기본 수칙을 다시 다잡아야 할 때다. 방역은 행정의 시스템 위에 지역사회의 경각심이 더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경기도에서도 네 차례 확진이 이어진 올해, 고양의 3년 ‘제로’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던진다. 스마트 방역이 일시적 성과에 그칠지, 지역 방역의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 잡을지는 앞으로의 지속성에 달려 있다. 성과는 선언이 아니라 반복으로 증명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홍보가 아니라, 흔들림 없는 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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