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오랜 숙원사업이던 해사법원 유치가 국회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관련 법안은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통과하며 사실상 결론 단계에 들어섰다. 여야를 막론한 인천 정치권이 힘을 모았고, 해양도시 인천의 상징성과 기능도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수년간 이어진 설득과 노력의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성과를 마주하는 인천의 현재 모습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해사법원 유치가 최종 확정되기도 전에, 법원이 어디에 들어설지를 두고 지역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명운동과 캠페인, 단체장과 정치인의 공개 발언이 잇따르고,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지방선거 공약으로 거론된다. 국가 사법기관을 유치해 놓고 자리부터 다투는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다.
해사법원은 어느 한 구·군의 치적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국제 해양 분쟁과 대형 상사 사건을 다루는 국가 사법 인프라이며, 인천 전체의 위상과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관이다. 따라서 입지 선정은 지역 간 이해관계가 아니라, 사법 기능과 도시 전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논의의 초점이 ‘어디가 가져가느냐’에 머무는 순간, 해사법원 유치의 본래 의미는 흐려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논란이 6월 지방선거와 맞물리고 있다는 점이다. 해사법원이 각 지역의 대표 공약으로 난립하는 순간, 합리적 판단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경쟁은 격화되고 타협은 어려워진다. 과거 청라하늘대교 명칭 논란에서 보았듯, 지역 감정이 앞서면 결정은 지연되고 행정력은 소모된다. 그 부담은 결국 시민 모두에게 돌아간다. 지금 인천에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조정이다.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느냐가 아니라, 어떤 입지가 해사법원의 기능과 역할에 가장 부합하는지에 대한 냉정한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 국제공항과 항만 접근성, 관련 산업과의 연계, 청사 확보 가능성, 단계적 개원을 고려한 현실성 등 명확한 기준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 기준 없는 주장과 감정적 대립은 갈등만 키울 뿐이다.
이를 위해 인천시와 정치권은 분명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특정 지역의 편에 서기보다, 논의의 틀과 절차를 설계하고 갈등을 관리하는 책임이 요구된다. 결론을 서두르기 어렵다면 최소한 입지 선정의 기준과 일정, 논의 구조만큼은 조기에 합의해야 한다. 절차가 분명해야 결과도 수용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다. 기껏 어렵게 유치한 해사법원을 두고 집안싸움을 벌일 여유는 인천에 없다. 지금의 선택은 특정 지역의 승패를 가르는 문제가 아니라, 인천 행정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성과를 갈등으로 허비할 것인지, 미래로 연결할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인천이 보여줘야 할 것은 경쟁이 아니라 조율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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