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 유정복의 마부정제(馬不停蹄)

남용우 기자
남용우 선임기자
남용우 선임기자

신년사는 정치인의 언어 가운데 가장 계산된 문서다. 지난 한 해의 성과를 정리하는 보고서이자 앞으로의 방향을 예고하는 선언문이기 때문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31일 발표한 2026년 신년사를 천천히 읽다 보면 문장 곳곳에서 하나의 태도가 반복된다. 성과를 말하고, 속도를 말하며,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로 귀결된다. 그 태도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 바로 ‘마부정제(馬不停蹄)’다. 말굽이 멈추지 않는다는 뜻의 이 사자성어는 이번 신년사에서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인천 시정을 바라보는 유 시장의 자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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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년사는 유난히 ‘성과’로 시작한다. 국가 경제가 저성장과 고물가, 일자리 위기로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인천은 최근 3년 평균 경제성장률 전국 1위, 출생아 수 증가율과 인구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는 점을 앞에 내세웠다. 숫자는 차갑지만, 이를 “시민의 삶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해석한 대목에서 신년사의 온도가 정해진다. 성과를 강조하되, 공은 시민에게 돌리겠다는 의지다.

정책은 비교적 구체적이다. ‘천원 주택’ 2000호 확대를 비롯해 천원 문화티켓, 천원 세탁소, 천원 복비 등 이른바 ‘천원정책’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 제시됐다. 이를 뒷받침할 기금 신설도 함께 언급됐다. 75세 이상 어르신 시내버스 무료 이용, 외로움돌봄국 신설, 복지 사각지대 해소 방안도 이어졌다. 교통 분야에서는 제3연륙교 개통을 시작으로 인천발 KTX, GTX-B, 인천3호선, 경인고속도로와 경인선 철도 지하화 등 굵직한 과제가 줄을 선다. 바이오·반도체·AI·미래차·로봇·항공산업 육성과 일자리 목표, 행정체제 개편까지 포함하면 신년사 한 편에 담긴 시정의 속도는 분명 빠르다.

그래서 ‘마부정제’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이미 달려왔고, 멈추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다만 여기서 기자의 시선은 한 번 더 질문을 던진다. 말굽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은 언제나 미덕일까. 정책이 많아질수록 속도는 붙고, 속도가 붙을수록 관리의 난도는 높아진다. 시민이 체감하기 전에 다음 정책이 발표되고,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과제가 더해질 위험도 커진다.

이 질문은 비판이라기보다 조건에 가깝다. 인천은 이미 적지 않은 거리를 달려왔고, 그 흔적은 정책으로 남아 있다. 그렇기에 2026년 말의 해에 인천이 바라는 ‘마부정제’는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는 질주가 아니라, 점검과 설명이 동반되는 지속일 것이다. 말은 달릴 수 있다. 그러나 행정은 달리면서도 시민을 돌아봐야 한다. 어디까지 왔는지, 무엇이 달라졌는지, 누구에게 도움이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함께할 때 비로소 말굽 소리는 박수가 된다.

유정복의 마부정제는 이제 선언을 넘어 검증의 단계에 들어선다. 계속 달릴 것인지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 신년사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어떻게 달릴 것인가. 그 답을 정책의 결과와 시민의 체감으로 증명할 수 있다면, 이 사자성어는 한 해의 수사가 아니라 인천 시정의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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