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격동을 딛고, 다시 하나의 대한민국으로

중앙신문 기자
[중앙신문 사설] 코로나 속 독감 유행 조짐 심상찮다. (CG=중앙신문)
[중앙신문 사설] 격동을 딛고, 다시 하나의 대한민국으로. (CG=중앙신문)

불법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격동의 을사년(乙巳年) 한 해가 저물고, 희망과 기대가 교차하는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아온다. 지난 한 해는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장면들로 채워졌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헌정 질서를 둘러싼 혼란, 거리와 광장에서 표출된 분노와 불안은 사회 전반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국민 누구도 이 시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가볍게 넘길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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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흔들렸고 정치는 극심한 갈등 속에서 방향을 잃은 듯 보였다. 국민은 불안과 피로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켜봤다. 민주주의가 실제로 얼마나 단단한지, 법과 제도가 위기 상황에서도 작동하는지 시험대에 오른 시간이었다. 극단적인 언어가 일상을 잠식했고, 사회 곳곳에서 불신과 분열이 증폭됐다.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무너지지 않았다. 제도는 작동했고, 헌법은 효력을 발휘했으며, 시민은 민주주의의 최종 수호자로서 그 자리를 지켰다. 위기의 순간마다 국가의 버팀목은 제도와 시민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것이 지난 한 해가 남긴 가장 분명한 교훈이다.

을사년(乙巳年)은 상처의 해였다. 동시에 성찰의 해이기도 했다. 권력은 언제든 통제받아야 하며, 민주주의는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다. 정치적 오만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사회적 분열이 얼마나 큰 비용을 치르게 하는지도 경험했다. 국가가 흔들릴 때 가장 먼저 불안해지는 것은 추상적인 지표가 아니라 국민의 일상이라는 점도 다시 확인했다. 그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제 병오년(丙午年)이다. 말의 해는 움직임과 결단을 상징한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무작정 달리는 속도가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되, 같은 방향을 공유하는 전진이다. 정치는 다시 국민을 향해야 하고, 사회는 갈등을 넘어 공존의 규칙을 회복해야 한다. 경제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을 모색해야 하며, 문화는 공동체의 품격을 세워야 한다. 시민 역시 분열의 관객이 아니라, 국가의 주인으로서 책임 있는 참여를 이어가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분열을 끌어안고 더 깊은 혼란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상처를 딛고 새로운 합의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 역사는 늘 후자의 선택이 더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국가를 성장시킨 것도 언제나 그 어려운 선택이었다. 갈등을 넘어서는 순간, 국가는 한 단계 성숙해 왔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전례 없는 사건을 지켜본 국민은 이미 많은 것을 견뎌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상대를 이기는 정치가 아니라 나라를 살리는 정치다. 책임을 미루는 태도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결단이다. 병오년(丙午年) 새해, 우리는 다시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희망한다. 격동을 지나온 지금, 이 나라의 다음 발걸음은 분명해야 한다. 그것이 다음 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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