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순정우 기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을 둘러싼 논란이 보수 진영 내부의 거센 반발로 이어지는 가운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이를 계기로 보수 정치 전반을 향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표는 이혜훈 전 의원의 선택을 ‘배신’의 문제로 규정하는 데 선을 긋고, 지금 필요한 것은 인물에 대한 낙인이 아니라 정치가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증명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혜훈 전 의원이 20년간 쌓아온 모든 것을 버리고 강을 건넜다”며 “지금은 배신자를 색출할 때가 아니라 보수 진영이 국민에게 어떤 비전과 담론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최고위원회를 열어 이 전 의원을 즉각 제명하고, 당내에서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라는 격한 표현까지 나온 데 대해서도 “떠난 사람을 저주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보수 진영의 위기를 ‘닫힌 정치’로 규정했다. 내부 동질성만을 강조한 결과 외연 확장이 불가능해졌고, 그 공백을 분노와 음모론, 적대적 언어가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이 정권 초반부터 폭넓은 인사 기용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권 말 레임덕 국면의 유화책이 아니라, 자신감에서 나온 확장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보수 정치가 신뢰를 잃은 원인으로 이 대표는 ‘검찰주의적 사고방식’을 지목했다. 정책과 비전 경쟁 대신 상대를 처벌 대상으로 설정해 정치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그 결과 담론은 빈곤해졌다는 주장이다. 그는 “상대를 감옥에 보낸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나고 민생이 나아지느냐”며 “급기야 공식 토론장에 내놓지 못할 주장들이 정치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이 대표가 함께 공개한 이미지에서도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배신자 척결’을 외치는 군중이 모인 성과, 그 성을 등지고 다리를 건너는 인물, 그리고 열린 듯 닫힌 문 앞에 선 인물의 대비는 분노와 숙청의 정치, 개인의 결단, 그리고 결과로 평가받는 정치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 대표가 강조한 “누가 배신자인가보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라는 질문을 이미지로 압축한 셈이다.
이 대표는 이혜훈 후보자에 대해서도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만큼은 자신의 소신대로 예산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해 보라”고 주문하면서도, 선심성 재정이나 권력에 영합하는 모습이 드러날 경우 “가차 없는 비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혜훈 후보자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정치적 명분이 아니라 실제 정책 행보로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끝으로 이 대표는 개혁신당을 “배는 3척에 불과하지만 방향은 알고 있는 정당”이라고 규정했다. 숫자와 세력보다 중요한 것은 전략과 노선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107척의 배라도 사지로 향하면 전멸한다”며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고, 젊은 세대에게 문을 여는 것이 진정한 보수”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이혜훈 지명 논란에 대한 단순한 입장 표명을 넘어, 보수 정치가 어디에서 길을 잃었고 앞으로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를 묻는 문제 제기로 해석된다. ‘배신’이라는 단어를 넘어 ‘증명’의 영역으로 논쟁의 축을 옮기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반응과는 별도로 그 메시지의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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