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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上萬事(21)] 붉은 말의 해를 맞이하는 인천

남용우 기자
남용우 선임기자
남용우 선임기자

어릴 적 어른들은 종종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는 말을 했다. 힘은 넘치는데 방향이 없고, 앞만 보고 뛰다 넘어질까 걱정될 때 쓰던 말이었다. 말썽을 부린다는 뜻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염려에 가까웠다. 돌이켜보면 그 표현 속에는 꾸중보다 걱정이 더 많았다. 말은 원래 앞을 보는 동물이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멈춰 서는 데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말은 늘 위험하면서도 희망의 상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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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2026년은 병오년, 붉은 말의 해다. 병(丙)은 불의 기운이고, 오는 말이다. 불과 말의 조합은 언제나 조심스럽다. 빠르고 뜨겁다. 예부터 병오년을 두고 격변의 해라 했던 것도 그래서다.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말이 가을의 풍요를 뜻하는 것처럼 쓰이지만, 본래는 말이 살쪄 기동력이 좋아지는 시기, 곧 경계가 필요한 때를 의미했다. 하늘이 높아질수록 마음도 느슨해지기 쉽지만, 말의 힘이 커질수록 고삐는 더 단단히 쥐어야 했다. 말은 언제나 힘과 동시에 위험을 품고 있었다.

말의 본성은 분명하다. 가만히 서 있기보다 달리는 쪽에 가깝다. 주저앉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간다. 말은 뒤를 돌아보지 않지만, 사람은 달리기 전에 방향을 정한다. 이 차이가 무모한 질주와 책임 있는 전진을 가른다. 주마간산(走馬看山)처럼 말 위에서 대충 훑어보기만 해서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말은 타봐야 알고, 사람은 사귀어봐야 안다는 말처럼, 직접 올라타야 비로소 성질과 균형을 알게 된다. 고삐를 쥐는 손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비로소 속도는 통제가 된다.

지금 우리의 경제 상황도 그렇다. 숫자는 버티고 있지만 국민들의 체감은 녹록지 않다. 하루하루를 버티는 일이 예전보다 무겁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멈춰 서고 싶고, 잠시 내려 쉬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그러나 말의 본성은 기다림보다 전진에 가깝다.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가만히 서 있기보다는, 달리며 길을 만든다. 물론 무모한 질주는 금물이다. 타는 말에 채찍질하듯 이미 힘겨운 상황에서 더 몰아붙이는 건 지혜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건 속도를 높이는 일이 아니라, 방향을 점검하고 고삐를 다시 고쳐 쥐게 하는 일이다.

말을 잘 타는 사람은 언제 내려야 할지도 안다고 했다. 동시에 언제 다시 올라타야 하는지도 안다. 내려야 할 때와 올라타야 할 때를 구분하는 감각은 경험에서 나온다. 지금은 내려서 망설일 때라기보다, 고삐를 다시 쥐고 방향을 잡아야 할 시점에 가깝다. 일마당천(一馬當先), 누군가는 앞에 서야 하고, 누군가는 뒤에서 보폭을 맞춰야 한다. 말은 혼자 달릴 수 있지만, 무리를 이끌 때 가장 강하다. 속도가 다른 말들이 같은 방향을 볼 때, 초원은 길이 된다.

병오년 붉은 말의 해를 그렇게 맞고 싶다. 요행을 바라며 기마요행(騎馬要幸)에 기대는 해가 아니라, 인마일체(人馬一體)로 사람과 말이 하나가 되는 해로. 넘어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낙마지상(落馬之傷)을 두려워해 아예 타지 않는 선택이 아니라, 책임을 감당할 각오로 다시 올라타는 해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화려한 도약이 아니다. 말 타면 종 부리고 싶어지는 욕심도 아니다. 고삐를 놓지 않는 절제, 방향을 잃지 않는 결단이다. 2026년 병오년, 붉은 말의 해에는 말의 본성처럼 앞을 보고 힘차게 달려가고 싶다. 빠르되 무너지지 않게, 뜨겁되 타버리지 않게. 지금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오는 31일 밤부터 열리는 ‘인천 송년 제야 축제’에서 시민 1000여 명이 참여하는 ‘시민 라이트 퍼포먼스’를 통해 ‘말처럼 거침없는 새해, 우리가 주인공이다’라는 메시지를 시민들이 직접 연출한다고 한다. 이 메시지처럼 잘 달리는 인천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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