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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上萬事(20)] 연말(年末)

김종대 기자
김종대(남부권 본부장)
김종대(남부권 본부장)

어느새 2025년 연말이 다가왔다. 겨우 열이틀 남짓 남아 있다. 숫자로 보면 아직 시간이 남은 듯하지만 체감은 다르다. 평택 시내를 다녀보면 성탄절 트리가 곳곳에 설치돼 있고, 상점들은 연말 분위기를 서둘러 불러온다. 골목 어귀에는 벌써부터 붕어빵 노점이 하나둘 다시 자리를 잡고, 사람들의 걸음은 이유 없이 조금씩 빨라진다. 딱히 급한 일이 없어도 연말이라는 말 하나만으로 마음이 먼저 바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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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유독 많은 단어들이 따라온다. 아쉬움, 연말정산, 연말결산, 연말 모임, 연탄 봉사, 세일, 케이크, 기업의 정기 인사, 새해 소망과 목표. 여기에 연말 시상 소식이 더해지고, 스키장은 개장을 알리며 사람들을 부른다. 한편으로는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한다는 안내 문구와 관련 뉴스도 익숙하게 눈에 들어온다. 감정과 제도, 축제와 경고가 한꺼번에 섞여 있는 시간, 그게 연말이다. 사람들은 이맘때가 되면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아, 올해도 이렇게 가는구나”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한 살 더 먹었네” 마흔을 넘기고, 중년을 지나면서부터는 나이에 웃음을 얹지 않는다. 나이를 먹는다는 말에는 어느새 체념이 먼저 묻어난다. 시간이 빠르다는 말은 결국, 마음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아쉬움과 바쁨이 동시에 밀려오는 시간'
나이 세며 시간의 속도를 실감하는 순간
흘러가야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

사실 우리는 나이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나이와 함께 사라지는 것들을 싫어하는 것일지 모른다. 예전엔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일들이 버거워지고, 가능성이라 믿었던 것들이 조용히 뒤로 물러나는 순간들. 우리는 그런 변화들을 모두 '나이'라는 단어 하나로 묶어 말한다. 그래서 연말은 늘 조금 씁쓸하다. 끝이라는 말이 주는 압박과,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동시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시간은 묻지 않고 흘러간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연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흘러가야만 새해가 온다는, 너무 당연해서 자주 잊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것. 같은 나이를 맞이해도 연말의 느낌은 해마다 다르다. 어떤 해의 연말은 버텼다는 마음으로 남고, 어떤 해의 연말은 놓쳤다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어떤 연말은 “그래도 여기까지 왔네” 하고 혼잣말하게 만든다. 숫자는 같아도 연말의 얼굴은 늘 그렇게 달랐다.

연말은 결산의 시간이기보다 확인의 시간에 가깝다. 잘 살았는지를 따지기보다는 이렇게 흘러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이다. 거창한 다짐이 없어도 괜찮고, 분명한 결론이 없어도 괜찮다. 그저 또 한 해가 갔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연말은 제 몫을 다한다. 곧 붉은 말의 해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온다. 새해라는 단어는 늘 연말 뒤에서 기다린다. 연말이 지나가야만 불러볼 수 있는 말이다. 그래서 연말은 조금 무겁고, 새해는 조금 가볍다. 우리는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다. 연말이라는 단어 앞에서 우리는 나이를 세고, 시간을 아쉬워하지만 결국 다시 걸음을 옮긴다. 시간은 어차피 흘러간다. 그래야 또 새해가 오니까. 올해 세운 계획들은 지금쯤 어디에 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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