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김상현 기자] 20년 전 강원 영월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피고인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족적 감정과 각종 간접증거만으로는 범행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를 재확인한 결정이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가 선고했다.
대법원은 1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2심의 무죄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직접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제출된 간접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범행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벗어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2004년 8월 피해자가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A씨가 피해자와의 관계 갈등 끝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현장에서 발견된 족적과 여러 정황증거를 근거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족적 감정 등을 토대로 A씨가 족적의 주인이라고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판단을 달리했다. 2심은 ▲사건 현장에 A씨와 무관한 제3자의 족적이 존재하는 점 ▲A씨가 제출한 샌들에서 피해자의 혈흔이나 DNA가 전혀 검출되지 않은 점 ▲사건 현장과 피해자 의복·시신 등 어디에서도 A씨의 유전자·모발 등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A씨가 범행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족적 감정 결과 자체도 감정인별로 개별 특징점의 개수와 평가가 달라 일관성이 부족하고, 족적만으로 A씨를 범인으로 특정하기에는 증명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됐다.
대법원은 이 같은 2심 판단을 수용하면서 “과학증거라 하더라도 전제로 하는 사실과 추론 과정이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범죄 의심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간접증거 중심 사건에서 ‘증거재판주의’와 ‘합리적 의심 배제’라는 형사법의 원칙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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